군부, 광주에 계엄군 투입 전날 美에 "사전발표, 저항 키울수도"(종합)
연합뉴스
입력 2021-07-06 15:32:00 수정 2021-07-06 15:32:00
미 국무부, 미대사·靑비서실장 면담 등 5·18문서 21건 추가 공개
전두환 "정치적 야심 없어"…12·12사태 사흘 뒤 미대사에 해명


시민 붙잡아가는 5·18 계엄군1980년 5월 23일부터 27일까지 광주에서 아시아 월스트리트저널 서울지국 소속 기자로 활동한 노먼 소프가 촬영한 5월 27일 오전 광주의 모습. [문화체육관광부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군부가 1980년 5월 27일 광주시민들을 무력 진압하기 전날 계엄군 투입 결정을 미국에 미리 알린 사실이 미 정부 문서를 통해 다시 확인됐다.

6일 외교부가 미국 정부로부터 받은 5·18 민주화운동 관련 비밀해제 문서 사본 21건에는 1980년 5월 26일 윌리엄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 미국대사가 최광수 대통령 비서실장을 면담한 결과 보고가 포함됐다.

이 자리에서 최 실장은 "계엄사령관처럼 차분하고 책임감 있는 이들을 포함한 다수 군 지휘관들은 (광주) 상황이 더 악화하도록 둬서는 안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 지휘관인 소(준열) 중장에게 도시 재진입에 대한 재량권을 부여했으며 그는 실제 진입 전 서울에 통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민간인과 일부 간부들은 당초 (광주시민들에게) 충분히 알리고 사전 통보한 이후 낮에 재진입하는 것을 선호했지만, 다른 이들은 이 방식이 저항 강도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군사행동은 사전 발표 없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계엄군 재진입 결정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사실은 미 국무부가 1989년 광주특위에 보낸 답변서 등을 통해 이미 알려진 적이 있지만, 관련 미 정부 문서가 완전히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에는 12·12 사태 직후인 1979년 12월 15일 글라이스틴 대사의 전두환 보안사령관 면담, 1980년 5월 23일 박충훈 국무총리 서리 면담 결과 등도 포함됐다.

면담에서 전두환은 12·12 사태에 대해 박정희 대통령 암살사건 수사에 필요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이 체포에 저항해 벌어진 일이라며 "개인적 정치 야심은 없으며 최규하 대통령의 자유화 정책을 지지한다"고 주장했다.

주한미대사관이 1980년 5월 22일 국무부에 보낸 상황보고에는 광주에서 계엄군과 지역 시민위원회 간 협상이 진행 중이며 위원회에는 김대중과 가까운 인사들도 포함됐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협상과 관련해 계엄사령관은 김대중 석방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not negotiable)"라고 밝혔다.

1980년 1월 17일 작성된 문서에는 당시 한국을 찾은 리처드 홀부르크 국무부 동아시아차관보가 최규하 대통령, 김영삼 신민당 총재, 김종필 민주공화당 총재 등을 면담한 내용이 있다.

면담에서는 북한이 신현확 국무총리와 김영삼 총재, 김종필 총재 등 남한 인사 12명에게 남북 대화를 요청하며 보낸 서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최 대통령은 서한에 남한 총리의 공식 직함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남한의 존재를 더는 부인할 수 없음을 인정한 징후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영삼 총재는 "북한과 대화는 필요하지만, 서한에 대한 답변은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했고, 김종필 총재는 자신과 신현확 총리, 정일권 전 총리 이외에 서한을 받은 사람들이 북한과 대화에 참여하도록 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이들 문서는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 홈페이지에 공개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외교부는 6일 미국 정부로부터 받은 5·18 민주화운동 관련 비밀해제 문서 사본 21건을 공개했다. 사진은 1980년 5월 26일 윌리엄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 미국대사가 최광수 대통령 비서실장을 면담한 결과 보고. 2021.7.6 [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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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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