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과 폭군 그 사이…나폴레옹 사망 200주년 맞이하는 프랑스
연합뉴스
입력 2021-05-04 21:39:35 수정 2021-05-04 21:39:35
고등교육 시스템 마련하고 중앙은행 설립하며 근대 국가 토대 만들어
노예 제도 부활, 가부장제 공고히 한 인종·성차별주의자 비판도 공존
마크롱, 5일 기념연설 후 묘역에 헌화…엘리제궁 "역사 직시하는 차원"


나폴레옹 고향에 그려진 나폴레옹 벽화(아작시오 AFP=연합뉴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태어난 프랑스 해외영토 코르시카섬에 그려진 나폴레옹 1세의 벽화. [DB 및 재판매 금지]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프랑스인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1769∼1821)를 빼놓을 수 없다.

나폴레옹 1세가 쌓은 업적의 높이만큼이나 드리워진 그림자의 길이도 길기 때문에 그가 세상을 떠나고 두 세기가 지난 오늘날에도 프랑스 내부 평가는 대단히 복잡하다.

5월 5일은 그가 1815년 워털루 전투에서 패배한 후 영국군이 귀양 보낸 세인트 헬레나 섬에서 영원히 눈을 감은 지 200년이 되는 날이다.

나폴레옹 사망 200주년을 앞둔 프랑스에는 강력한 중앙집권적 국가 기틀을 마련한 그를 기려야 한다는 목소리와 그의 탄생도, 죽음도 기념할 가치가 없다는 목소리가 상존한다.

대체로 우파에서는 나폴레옹의 유산과 리더십을 찬양하지만, 좌파에서는 그가 내세운 권위주의와 인종차별주의를 비판하는 논조가 강하다.



나폴레옹 1세 기념 우표[AFP=연합뉴스 자료사진. DB 및 재판매 금지]



나폴레옹은 1799년 쿠데타로 집권해 1815년 유배당하기 전까지 정치·교육·문화 등 다방면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지만 전쟁광, 인종차별주의자, 성차별주의자와 같은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논쟁 속 인물이다.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라는 말을 남긴 나폴레옹은 총 86번 전쟁을 치렀고 그중 77차례나 승리를 거머쥐었다고 일간 르몽드가 보도했다.

잇단 승전을 발판 삼아 프랑스는 스페인부터 동유럽까지 기존 영토의 3배에 달하는 땅을 지배하는 유럽 최강 군대 강국으로 떠올랐다.

모든 사람이 법 앞에 평등하다며 민법을 공표한 것도, 엘리트 양성을 위한 고등 교육 제도를 마련한 것도, 중앙은행을 세운 것도 모두 그의 공로다.

나라에 공을 세운 이들에게 수여하는 최고 훈장 '레지옹 도뇌르'도 나폴레옹이 처음 만들어 도입했다.



말을 타고 있는 나폴레옹 1세 동상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DB 및 재판매 금지]



이런 배경에서 나폴레옹을 위인으로 평가하는 여론이 있지만, 그를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는 요소들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서른다섯의 나이에 스스로 황제 자리에 앉은 나폴레옹은 가족에게 온갖 특권과 혜택을 안겨줬다.

최고의 군사력을 자랑하며 치른 전쟁으로 땅덩이를 넓혔을지 몰라도 그로 인해 목숨을 잃은 프랑스인은 최대 600만명으로 추정된다.

만인의 평등을 외쳤지만, 그 평등은 선택적으로 적용됐다. 프랑스 대혁명을 계기로 1794년 폐지한 노예 제도를 1802년 부활한 것도 나폴레옹이었다.

성차별도 노골적이었다. 엘리자베트 모레노 국무총리실 산하 남녀평등 담당장관은 나폴레옹을 "지구상에서 여성을 가장 혐오하는 사람 중 하나"라고 불렀다.

그가 만든 민법에는 가정에서 남성을 여성과 아이 우위에 두면서 아내는 남편에게 반드시 복종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었다.

나폴레옹을 둘러싼 끊임없는 논란에 일부 역사학자 사이에서는 나폴레옹 관련 행사에 대통령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1995∼2007년 집권한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은 2005년 아우스터리츠 전투 승리 200주년 기념 행사에 불참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DB 및 재판매 금지]



그럼에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5일 오후 프랑스 학사원에서 나폴레옹이 남긴 유산을 주제로 연설하고 앵발리드에 잠든 그의 무덤 앞에 꽃을 바칠 예정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한 측근은 나폴레옹 사망 200주년을 "축하(celebrer)하는 것이 아니라 추모(commemorer)하는 행사"라고 설명했다고 유럽1 라디오, AFP 통신 등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역사를 직시하는 게 우리의 접근 방식"이라며 나폴레옹이 걸어온 길을 "부정하지도, 후회하지도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크롱 대통령은 나폴레옹이 식민지로 삼은 나라에 노예 제도를 다시 도입한 점은 분명히 규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엘리제궁 관계자는 마크롱 대통령이 나폴레옹이라는 "복잡한 존재"를 균형감 있는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폴레옹에게서 찾을 수 있는 최고의 모습을 환기하되 제국에서 발생한 최악의 모습을 잊지 않겠다는 것이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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