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57년 역사 '전위' 이끌며 향토극단 버팀목 역할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부산 연극사 최초 암표 기록 세워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부산 연극사 최초 암표 기록 세워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부산 연극계 산증인이자 향토극단 버팀목 역할을 해온 공연예술 '전위'의 전승환 대표가 별세했다.
7일 부산연극협회에 따르면 전 대표는 6일 오전 숨졌다. 향년 77세.
그는 제3회 작강연극제에 참여할 작품 '고모령에 달 지고' 연출을 맡아 공연을 준비 중이었다.
고 전승환 대표는 1943년 만주 북간도에서 태어나 평양에 머물다 한국전쟁 때 부산으로 피란을 왔다.
그는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극단인 전위에서 연출을 맡았다.
극단 전위는 1963년 창단했다.
전위가 창단할 즈음 부산에는 5개가량 극단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는 곳은 전위가 유일하다.
창단 멤버에는 고인의 형 전성환을 비롯해 박광웅, 장고웅, 김상진, 김규상, 권의웅 등이 참여했다.
고인은 형의 권유로 연출을 배운 뒤 연극의 길로 들어선다.
부산MBC 성우를 했던 형 성환은 독보적인 연기력으로, 동생 승환은 연출력으로 극단을 떠받쳤다.
고인이 연출한 1979년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아서 밀러 작)은 관객들로 연일 장사진을 이뤘다.
이때 부산 연극사 최초로 입장권이 암표로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이후 그의 손을 거쳐 제작된 '돌아서서 떠나라'(이만희 작), '나생문'(아쿠타가와류노스케 작), '신의 아그네스'(존 필미어 작), '늙은 자전거'(이만희 작) 등도 연이어 히트를 쳤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배우들의 농후한 연륜에 맞춰 연출한 '어떤 배우의 마지막 연기', '아름다운 거리', '언덕을 넘어서 가자' 등도 부산시민의 큰 사랑을 받았다.
김남석 부경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그의 저서 '전위무대의 공연사와 공연미학'에서 "전위는 특별한 이념이나 고정된 공연 양식을 추구하기보다는 관객들에게 연극의 즐거움을 잊지 않도록 자극한다"고 평가한 바 있다.
고인은 50년 넘게 부산 연극계를 지키며 소극장 69운동, 여름연극학교, 찾아가는 문화 활동 같은 활동을 이어왔다.
고인은 한국연극협회 부산지회장, 한국연극협회 이사, 전국 연극인 협의회 회장, 부산 연극 연출가 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이런 공로로 2005년 부산 문화예술대상, 2010년 올해의 자랑스러운 연극인상, 2012년 부산시 문화상, 2017년 한국예총 예총예술문화상 대상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정영희씨와 아들 지국, 딸 시현씨가 있다.
빈소는 양산부산대병원 장례식장 VIP1호실. 발인 8일 오전 9시.
ljm70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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