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는 아직 젊다'…최측근 중용에 암시된 시진핑 4연임 포석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국가주석)가 내년 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통해 4연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최근 측근 인사 중용을 통해 이러한 장기 집권 의지를 내비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며칠 전 73세 생일을 맞은 시 주석이 중국 정치의 세대교체를 거부한다는 신호를 대외적으로 분명하게 보내고 있다는 평가다.
일본 매체 닛케이아시아는 18일 시 주석이 전임자들과 달리 후계자 육성이나 다음 세대로의 평화로운 정권 이양 방안을 고민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중국 내 공식 서열 5위인 차이치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 겸 중앙판공청 주임(비서실장 격)이 중앙당교 교장을 최근 겸임하게 된 것을 이러한 분석의 핵심 근거로 제시했다.
중앙당교는 중국공산당의 핵심 인재를 양성하는 기관으로, 배후 권력투쟁의 무대가 되는 경우가 잦았다.
중국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의 개편이 이뤄질 2027년 제21차 당대회를 앞두고 나온 이번 인사에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올해 70세인 그가 비슷한 나이인 천시(72) 전 교장의 후임으로 지목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천 전 교장은 60대 초반이었던 2017년부터 중앙당교 교장을 맡아왔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에 대해 이 매체는 "차이치는 시 주석의 장기 집권 향방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인물"이라면서 "이번 임명은 일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70대도 여전히 젊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전했다.
차이 서기는 시 주석이 푸젠성과 저장성에서 근무하던 시절부터 함께 일한 대표적인 측근 인사이자 실세로 꼽힌다. 그는 시 주석이 미국, 러시아 등 주요국과 정상회담을 할 때마다 바로 옆자리를 지켜왔다.
그는 시 주석의 생일 당일이었던 지난 15일 전국 당 건설 회의에 참석해 '시진핑 당 건설 사상'이라는 생소한 용어를 여러 차례 언급하며 시 주석의 권위를 극대화하기도 했다.

내년에 시 주석 세대의 당 지도부가 일선 정치에서 모두 물러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시 주석은 오히려 70대 측근들을 요직에 계속 두고 있다.
앞서 천 전 교장은 2022년 당 중앙위원에서 물러난 뒤에도 중앙당교 교장직을 계속 유지했다. 중앙위원이 아닌 인물이 중앙당교 최고 직책을 맡은 것 자체도 파격이었는데, 신임 교장으로 아예 70대가 기용된 것이다.
중앙위원에서 물러난 뒤에도 70대에 요직을 유지한 사례는 천 전 교장 외에도 더 있다. 쑹타오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주임과 샤바오룽 국무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 주임 등이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시 주석의 세력 기반인 '푸젠방'(福建幇)과 '저장방'(浙江幇)으로 각각 평가된다.
닛케이아시아는 중국에서 시 주석의 생일 관련 공식 보도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4연임 가능성과 맞물려 주목할 만한 대목이라고 짚었다.
시 주석과 동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 주석의 생일 축전을 보낸 사실이 크렘린궁의 발표를 통해 알려졌지만, 중국 관영 매체는 이를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이 매체는 관련 내용이 중국 내에서 검열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국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시 주석의 나이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서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인간의 수명과 관련해 나눈 사적 대화가 방송 중계를 통해 유출된 바 있다.
당시 외신 보도에 따르면 통역을 통해 이뤄진 대화에서 시 주석은 "예전에는 사람들이 70살이 넘어서까지 사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요즘은 70살이면 어린아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푸틴 대통령은 "생명공학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면서 "인간의 장기는 끊임없이 이식될 수 있고 당신은 오래 살수록 더 젊어지고 심지어 불멸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에 시 주석은 "일각에서는 이번 세기에 인간이 150살까지 살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고 답했다.
외신들은 시 주석의 장기 집권으로 중국에 정치적 불안 요소가 가중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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