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9,000] "안팔길 잘했다" "털고 나니 허해"…개미들 환호·불안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임은진 김유아 이민영 김유향 기자 = "주식을 모두 팔아 빚을 갚을 계획이었는데 하루에도 수십번씩 생각이 바뀌네요."
글로벌 반도체 조정을 계기로 급등락을 거듭하던 코스피가 18일 대망의 '9천피'(9,000)를 달성하자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환호와 불안이 교차하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오후 2시 52분 현재 전장보다 2.34% 오른 9,071.45를 나타내고 있다.
장중에는 9,076.69까지 치솟기도 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각각 8.37%와 3.32% 급등하며 지수를 견인하는 모양새다.
투자에 성공해 수익을 낸 개인 투자자들은 각종 악재에도 오뚜기처럼 일어나 상승을 재개하는 코스피를 응원하면서도 적절한 수익실현 시점을 고민하고 있다.
반면, 반도체 대형주 쏠림으로 인해 급등장에도 별다른 이익을 내지 못하거나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극심한 '포모'(FOMO·남들이 돈을 벌 때 나만 뒤처지는 데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경기도 양주시에 거주하는 20대 투자자 A씨는 "8,000이 끝인 줄 알았는데 9,000포인트라니 믿기지 않는다. 주식을 팔지 않길 잘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이 정도로 올라왔으면 1만피까지도 갈 수 있을 것 같다. 1만피를 찍으면 보유 주식을 팔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1년 넘게 불장이 이어진 여파로 "직장에서 직급과 무관하게 모두가 주식 이야기를 하고 쉬는 시간에는 다들 주식창부터 켠다"면서 "도박장에 가까운 장인 것 같은데 어디까지 올라갈지 가늠이 안 된다"며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경기도 고양시의 20대 직장인 B씨는 "드디어 국내 증시가 정상화되는 것 같다. 1만피도 비현실적 목표가 아닌 것 같다"면서 "이번 호황기를 통해 대한민국의 경제 체력이 한단계 더 상승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름 휴가를 매년 해외서 보내던 50대 직장인 C씨는 올해는 휴가를 국내에서 보내는 대신 그만큼 주식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최근 주식 투자로 수억원의 수익을 얻은 그는 "해외 여행 갈 돈을 주식에 투자하는 게 미래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며 "해외에 있으면 시차가 맞지 않아 매매 타이밍을 놓칠 우려도 있어 서울에서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는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보는 개인도 적지 않다.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에 투자해 일정 부분 수익을 냈다는 40대 직장인 D씨는 "코스피가 9,000선마저 돌파한 만큼 언제든 조정이 올 수 있을 것으로 보여서 여름부터는 투자에 한층 더 신중을 기하려 한다"고 말했다.
30대 중반 자영업자 김모씨는 이달 중 기존에 투자해둔 주식들을 모두 매도하고 번 돈으로 빚을 갚을 계획이었으나 하루에도 수십번씩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씨는 "최근 주식이 많이 올라서 곧 팔고 주택담보대출 원금을 갚기로 배우자와 상의했는데, 계속 오르니 매도 시점 잡기가 더 어렵게 느껴진다"며 "자꾸 욕심내다가 갑자기 하락하면 빚 상환 금액이 줄어드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40대 주부 이모씨는 "9,000은 비현실적인 숫자 같아서 팔았는데, 털고 나니 허한 느낌이 든다. 다시 들어가려고 해도 타이밍을 못 잡겠고 여기서 (상승세가) 멈추지 않을 듯한 느낌도 들어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온라인 상에서도 주식 투자와 관련한 여러 사연이 소개되고 있다.
한 주식 커뮤니티에는 지난주 후반 국내 인공지능(AI) 관련주에 투자하는 지수상장펀드(ETF)를 손절하고 미국 우주 산업에 투자했다가 후회 중이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대다수 업종이 약세를 보이고 코스닥은 '천스닥'마저 위협받는 가운데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만 급등하는 최근의 장세에 대해 "이런 식이면 삼하(삼성전자·하이닉스) 빼고 다 상폐 시켜라"며 분통을 터뜨린 투자자도 있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유가 등 매크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빅테크의 AI 투자는 생존의 문제인 만큼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서 "단기 변동성에 주목하기보다는 큰 그림에서 펀더멘털이 강한 업종과 종목 위주로 접근하시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