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국민경고'에 與계파별 아전인수 해석…전대 영향 촉각(종합)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오규진 정연솔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8·17 전당대회 경쟁 모드로 급속히 이동하는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던진 '지방선거는 국민 경고'라는 발언을 놓고 9일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전대에서 정청래 대표와 김민석 총리가 당권을 놓고 정면 대결을 벌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친청(친정청래)계와 비당권파 친명(친이재명)계가 이른바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대해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으며 전대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비당권파 친명계에서는 이 대통령의 메시지가 정 대표에 대한 비판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김 총리가 사실상 '명픽(이재명 대통령의 선택)'이라고 우회적으로 부각하는 모습이다.
정 대표가 지방선거를 "전국적인 승리"라고 자평한 것과 달리 이 대통령은 전날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 국민들의 경고"라고 언급하면서 동시에 김 총리에 대해서는 리더십을 평가했다는 이유에서다.
나아가 이 대통령이 여당인 민주당의 노선과 관련, "끊임없이 지지 계층을 넓혀야 하며, 여당은 그릇이 돼야 한다. 포용·통합의 역할을 잘해야 한다"고 거론한 것도 비당권파는 주목하고 있다. 이 역시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를 담아내며 선명성 정치에 주력해온 정 대표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에서다.
친명계인 이건태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민주당에 유리한 정치 환경 속에서도 패배했다는 사실 자체가 당의 선거 전략과 지도력에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준다"며 "냉정하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총리와 가까운 한 의원은 통화에서 "대통령의 '시그널'을 계기로 의원들이 한쪽으로 모일 것 같다"고 관측했다.
김 총리를 차기 대표로 지지하는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 대통령의 메시지가 전당 대회 출마를 시사한 송영길 의원에 대한 메시지로도 볼 수 있다는 해석에 무게를 싣기도 한다. 전당 대회가 정청래 대 반(反) 정청래 구도로 짜이는 상황에서 송 의원이 나설 경우 반청 진영이 분열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지도부급 인사는 "송영길 의원이 전대에 나서면 삼자 구도가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 맞느냐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송 의원은 이날 전현희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 2년차, 더 과감한 개혁이다'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전대 출마와 관련한 질문을 받자 "정 대표의 거취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토론회에선 "민주당이 선거에서 이겼다고는 하지만 (지지도에서) 국민의힘과 거의 맞붙는 현상이 있어서 상당히 많은 걱정"이라며 "대통령 국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치적 자산 관리의 중요성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비당권파는 공교롭게 이날 이 대통령의 유럽 순방 출국을 환송하는 자리에 정 대표 등은 불참했지만 김민석 국무총리는 참석하는 '대조적 상황'에도 주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친청 인사들은 이런 해석에 선을 그으며 파장 차단에 나선 모습이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의 선거 평가와 관련, "당이 기본적으로 가진 선거에 대한 평가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겨야 할 곳을 이기지 못한 아쉬움, 미안함 등에 대해 이미 정 대표도 이야기한 바가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와 가까운 최민희 의원도 페이스북에 "전대는 출마 후보 간 경쟁"이라며 "당 대표 경선에 대통령과 청와대를 끌어들여 친명 vs 친청을 운운하는 가짜 프레임을 만들지 말라"고 지적했다.
정 대표가 임명한 박규환 지명직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이 '당 대표는 보기싫다. 나오지 마라. 국무총리는 예쁘다. 나오너라' 이렇게 하셨다는 것이냐"고 반문한 뒤 "대통령을 한낱 폭군이자 좀생이로 만들다니, 이렇게까지 하느냐"고 적었다.
당내에선 계파간 갈등 증폭에 대한 우려도 감지된다. 이번 전대가 건강한 경쟁을 넘어 제 살 깎아 먹기식 다툼으로 번져선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다.
원조 친명으로 불리는 김영진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정 대표 '책임론'에 대한 질문에 "정 대표의 공과에 대해 정확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다소 중립적인 입장을 밝힌 뒤 "기본적으로 특정 후보, 특정 세력이 아니라 민주당이 승리하는 과정을 만들어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김 총리의 리더십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당에 복귀하는 것에 대한 "덕담"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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