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칠레 민주화 시대의 퀴어 러브스토리…'두려워요, 투우사여'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 두려워요, 투우사여 = 페드로 레메벨 지음. 임도울 옮김.
칠레 작가이자 시각 예술가, 사회활동가인 페드로 레메벨이 2001년 발표한 유일한 장편소설.
소설은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피노체트 정권에 맞서 민주 세력의 시위가 날로 격화되던 1986년 칠레를 배경을 펼쳐진다.
주인공은 사람들로부터 '앞집 미친년'으로 불리며 멸시당하는 로카. 그는 한때 드랙퀸으로 활동했던 나이 든 동성애자로, 어느 날 젊은 대학생 카를로스를 만나 사랑을 느낀다.
반독재 지하조직의 일원인 카를로스는 조직 활동을 위해 로카의 집을 비밀 회합 장소로 이용하고, 로카는 이유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카를로스를 돕는다.
하지만 카를로스가 로카에게 느끼는 감정은 사랑이 아닌 우정과 연민에 가깝다. 로카 역시 카를로스와 자신이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깊어져 가는 사랑을 어찌하지 못한다.
거대한 역사의 서사에서 비켜나 있던, 소외된 이들의 사랑과 존엄을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을유문화사. 280쪽.

▲ 셰익스피어: 시대를 뛰어넘은 대문호의 초상과 유산 = 스탠리 웰스 지음. 이종인 옮김.
오늘날 셰익스피어 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스탠리 웰스의 대표작이 번역 출간됐다.
'옥스퍼드판 셰익스피어 전집' 총괄 편집자인 웰스는 2016년 셰익스피어 연구에 기여한 공로로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저자는 셰익스피어를 둘러싼 수많은 오해와 음모론 혹은 신격화된 이미지를 걷어내고, 부동산 투자와 세금 문제로 고심하며 자녀들의 장래를 걱정하던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로 셰익스피어를 그려낸다.
이를 통해 셰익스피어가 고립된 천재가 아니라 16세기 런던 극장가에서 동료들과 부대끼며 생존과 예술 사이를 치열하게 고민한 '현장 예술가'였음을 증명한다.
또 단순한 전기적 기록을 넘어, 셰익스피어 희곡에 녹아 있는 인간의 욕망과 질투, 권력과 사랑을 탐구해 그의 언어가 어떻게 400년 동안 인류의 문화적 유전자로 각인됐는지를 장대하게 서술한다.
아르테. 704쪽.

▲ 아무것도 간절하지 않은 날의 기술 = 최혜진 지음.
에디토리얼 디렉터이자 작가, 번역가인 최혜진의 에세이.
민음사 창립 60주년을 맞아 펴낸 책으로, 작가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열두 권과 열두 점의 표지 그림을 통해 자신만의 사유를 풀어내며 고전의 힘과 의미를 되묻는다.
"고전은 거대한 병실 같았다. 그 속의 인물들은 지혜를 훈수 두는 스승이 아니라 바로 옆 침상에서 끙끙대며 밤을 지새우는 환우였다. (중략) 내가 한때 견고한 성벽이라 여겼던 문장들은 이제 나를 배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아픈 자리를 가만히 받쳐 주는 낮은 베개가 되었다."
민음사. 408쪽.
kih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