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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톡스] "형, 동생, 깐부"…AI 권력자의 비즈니스

연합뉴스입력
젠슨 황, 최태원·구광모·이해진과 '삼소회동'(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삼겹살 음식점 '형님 저요'에서 이른바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을 갖고 있다. 2026.6.5 mon@yna.co.kr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선임기자 = # 전 세계 인공지능(AI) 황제로 불리는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한국 산업계를 들었다 놨다 했다.

주요 그룹 총수들이 삼소(삼겹살+소주), 치맥(치킨+맥주)을 하면서 발그스레한 얼굴을 맞대고 사진을 찍었다.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에 이어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던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도 직접 참석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황 CEO와 평양냉면집을 찾았다.

이들은 형, 동생, 깐부(친구)를 외치며 끈끈한 'AI 동맹'을 다졌다. 황 CEO는 SK, 현대차, 네이버도 직접 방문해 비즈니스 미팅도 이어갔다.

잠실야구장에서 깜짝 시구를 하거나 피시(PC)방을 방문하는가 하면 서울대 학생들과 만나고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녹화도 했다. 대기업 총수들을 만난 자리가 언론에 일일이 공개되면서 그의 쇼맨십이 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젠슨 황·정의선, 우래옥서 평양냉면 회동(서울=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우래옥에서 식사를 마친 뒤 식당을 나서고 있다. 2026.6.7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photo@yna.co.kr

# 국내 기업과 엔비디아는 어떤 관계가 있길래 총수들이 공개 술자리 회동까지 마다하지 않은 걸까. 한마디로 말하면, 양면적인 파트너십 때문이다.

현대차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로봇사업 가속화를 위해 엔비디아의 드라이브 플랫폼과 차세대 AI 칩을 대량 구매하는 고객사이다. 네이버는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국내에서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 오는 핵심 고객사이다. SK텔레콤은 엔비디아 인프라와 칩을, LG그룹과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산업용 AI, 옴니버스 플랫폼을 각각 도입하고 있다.

반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AI 칩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제조해 납품한다. 엔비디아가 두 기업의 고객사이다.

즉 국내 기업들은 엔비디아에 HBM 반도체를 파는 공급사이면서, 이 반도체로 만들어진 엔비디아의 AI 칩을 구매하는 핵심 고객사이기도 하다. 황 CEO는 이번 방한에서 반도체, 배터리·모빌리티, 플랫폼, 중공업 등 핵심 산업을 이끄는 한국 총수들을 만나 엔비디아가 중심에 있는 글로벌 AI 동맹을 다지고 실리를 챙겼다.

# 현재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은 엔비디아가 쥐고 있다. 황 CEO는 이번 방한에서 특유의 친화력을 무기로 국내 기업 총수들을 상대로 형, 동생, 깐부를 외쳤지만, 사실상 갑(甲)의 위치에서 판을 쥐고 흔들었다.

AI 세계에서 단기적으로 보자면 엔비디아가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것은 맞다. 그렇다고 엔비디아도 국내 기업들을 을(乙) 취급할 입장은 못 된다. 엔비디아는 공장이 없는 '팹리스' 기업으로, 아무리 훌륭한 AI 칩을 설계해도 그 칩을 완성해줄 메모리(HBM)를 대량 생산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메모리 반도체의 대량 생산 능력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독보적이다.

국내 기업들은 돈을 벌기 위해 황 CEO가 아쉽고, 황 역시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선 한국의 '생산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서로의 명줄을 서로 쥐고 있는 균형 관계에 있는 셈이다. 황이 '한배를 탄 운명 공동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공개 술자리에 국내 그룹 총수들이 기꺼이 나가 들러리를 서준 것은 단독 계약이나 핵심 기술 협력을 끌어내는 '실리'를 챙기기 위해서다. 황이 고향 대만에서 애국 마케팅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대만은 엔비디아가 설계한 AI 칩을 제조해 납품하는 TSMC가 있고, AI 하드웨어 공급망이 구축돼 있다.

황 CEO는 사업가적 마케팅 능력과 쇼맨십이 매우 뛰어나 보이지만, 이는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의 '이익'에 따라 철저히 연출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기업 또한 우리의 이익을 최대한 따내기 위한 냉철한 판단력과 협상력, 더 중요하게는 우리의 이익을 관철할 수 있는 우리 기업만의 독보적인 경쟁력을 잃지 말아야 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indig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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