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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의 재발견] '메밀밭의 카카오 로스터리'…제주 보롬왓의 글로벌 진화

연합뉴스입력
경관농업을 넘어 초콜릿 문화 선도…농업 기반 문화·MICE산업으로 확장 마다가스카르서 카카오·마카다미아 재배 도입…자체 카카오농장도
보롬왓 제1회 국제초콜릿쇼(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지난해 3월 16일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보롬왓에서 열린 '제1회 국제초콜릿쇼'에서 참가자들이 쇼콜라티에와 함께 초콜릿 만들기를 하고 있다. 2025.3.16 jihopark@yna.co.kr

(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제주의 거친 바람을 견디며 새하얀 메밀꽃을 피워내던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의 중산간 들녘에 자리한 보롬왓이 농업과 글로벌 문화,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를 결합한 지속가능한 미래 농업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전국 최대 메밀 산지인 제주의 가치를 경관농업으로 증명해 낸 농업회사법인 보롬왓은 이제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의 카카오와 마카다미아 농장과 연계해 세계적인 초콜릿 문화 허브로 외연을 확장하며 농업의 무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평창이 아니라 제주 메밀밭입니다'(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2016년 5월 28일 제주 서귀포시 성읍리 보롬왓 메밀밭을 찾은 관광객들이 활짝 핀 메밀꽃의 정취를 즐기고 있다. 2016.5.28 jihopark@yna.co.kr
◇ '바람 부는 밭'에 핀 경관농업…6차 산업의 표준이 되다
제주의 가을은 색의 향연(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2023년 9월 13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보롬왓을 찾은 관광객들이 맨드라미 등이 활짝 핀 꽃밭에서 가을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2023.9.13 jihopark@yna.co.kr

제주말로 '바람 부는 밭'을 뜻하는 보롬왓은 지난 2010년 메밀을 활용한 농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보롬왓이 자리한 중산간 지대는 토양이 척박하고, 바람도 강하게 부는 등 다른 작물 재배에는 불리한 환경이다.

보롬왓은 돌이 많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 구황작물로 분류되던 메밀을 대량으로 심어 단순 재배를 넘어선 경관농업으로 확장시켰다.

제주 메밀꽃 만개(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2016년 5월 28일 제주 서귀포시 성읍리 보롬왓 메밀밭을 찾은 관광객들이 활짝 핀 메밀꽃의 정취를 즐기고 있다. 2016.5.28 jihopark@yna.co.kr

보롬왓은 2015년 제주 최초로 메밀 축제를 개최하며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 등장하는 메밀 산지 강원도 봉평의 아성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이후 라벤더, 청보리, 수국, 맨드라미, 튤립 등을 철마다 번갈아 심으며 사계절 내내 끊이지 않는 들판 위 색의 향연을 이어갔다.

이 같은 자연 경관에 메밀 체험, 깡통열차 등 오감을 만족시키는 프로그램을 더하고 메밀쌀, 메밀베개 등 메밀 제품과 라벤더와 수국 등을 이용한 뷰티 제품 등 고부가가치 가공품을 직접 생산하며 농업의 외연을 차츰 넓혀나갔다.

보롬왓은 정부 인증 6차 산업(농촌융복합산업)의 모범 사례로 지목되기 시작했다. 보롬왓은 6차 산업(농촌융복합산업) 인증은 물론 제8회 농촌융복합산업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재는 연간 30만명 이상의 관광객과 주민들이 찾는 제주의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보롬왓 제1회 국제초콜릿쇼(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2025년 3월 16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보롬왓에서 열린 '제1회 국제초콜릿쇼'에서 이종인 보롬왓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3.16 jihopark@yna.co.kr
◇ 제주 쓴메밀과 마다가스카르 카카오의 만남…'글로벌 공정무역' 실현
보롬왓 'Tasty Jeju 메밀' 요리경연(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5월 23일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보롬왓에서 제1회 'Tasty Jeju 메밀' 요리경연대회가 열리고 있다. 2026 서울푸드페스티벌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 행사는 제주 대표 식재료인 메밀을 중심으로 제주 식문화의 가치와 현대적 확장 가능성을 국내외 미식 관계자들에게 소개하는 자리이자 요리경연대회다. 2026.5.23 jihopark@yna.co.kr

보롬왓의 진화는 경관농업과 관련 상품 생산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보롬왓은 제주 농산물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자체 재배한 기능성 쓴메밀과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를 접목, 세계 최초로 '제주 메밀 빈투바(Bean to Bar) 초콜릿'을 출시하며 식품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보롬왓은 올해 내로 약 7천㎡ 규모의 카카오나무 재배 시설도 내부에 마련해 카카오 열매 생산부터 가공, 초콜릿 제품 생산까지 한 곳에서 이뤄지는 시스템을 갖추는 한편 초콜릿 생산 관련 원물의 자체 수급을 위한 글로벌 행보도 가속하고 있다.

보롬왓은 지난 2024년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서 농업 사역을 펼치는 조용문 선교사와 손을 잡고 현지 마카다미아 농장 매입에 이어 약 10만㎡ 규모의 카카오 농장을 새로 마련했다.

이 농장에서 생산되는 프리미엄 카카오는 내년께 전량 제주 보롬왓으로 공급돼 초콜릿과 디저트 원료로 쓰이게 된다.

이는 청정 제주의 원물과 글로벌 최고급 원료의 결합이자, 아프리카 현지 주민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윤리적 소비와 공정무역의 모범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종인 보롬왓 대표(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2025년 3월 16일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보롬왓에서 열린 '제1회 국제초콜릿쇼'에서 이종인 보롬왓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3.16 jihopark@yna.co.kr
◇ 야외 콘서트부터 국제 초콜릿 쇼까지…농업, MICE로 날개 단다

최근 보롬왓이 던진 화두는 '문화와 MICE의 결합'이다. 보롬왓은 넓은 자연 초지와 오름 경관을 배경으로 삼아 단순한 농장을 넘어 국제적인 문화 교류의 '유니크 베뉴(Unique Venue)'를 표방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에는 오름을 배경으로 한 보롬왓 야외 무대에서 가수 변진섭의 단독 콘서트와 김창옥의 토크 콘서트를 결합한 축제를 열어 자연 속 문화 치유의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3월 개최된 '제1회 보롬왓 국제 초콜릿 쇼'는 농업 기반 MICE의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프랑스 최고 장인 피에르 앙리 루아르 등 세계적인 쇼콜라티에들이 참여한 라이브 클래스는 물론, 영국 옥스퍼드대 조지은 교수 등 글로벌 석학이 참여한 K-문화와 먹거리 토크쇼 등이 성황리에 진행됐다.

이종인 보롬왓 대표는 "농업은 단순히 작물을 키워 파는 1차 산업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문화, 인적 교류가 만나는 가장 역동적인 무대"라며 "제주 메밀의 순수함에 마다가스카르 카카오의 열정, 그리고 글로벌 문화 콘텐츠를 더해 세계가 주목하는 지속가능한 농업 MICE 플랫폼을 완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오는 2027년 마다가스카르 카카오의 본격적인 수확과 직공급을 앞둔 가운데, 제주의 중산간 황무지에서 시작된 '바람의 기적'이 글로벌 무대에서 어떤 달콤한 결실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ji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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