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속화만 잘 그렸을까…모든 장르에 통달한 '천재 화가' 김홍도(종합)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예전이나 지금이나 화가는 각자 하나만 능숙하지, 두루 솜씨가 있지는 못하다. 그런데 김군(金君) 사능(士能)은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태어나서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일을 전공하였는데 못하는 것이 없다."(강세황 '단원기')
조선 후기 문인화가 강세황(1713∼1791)은 '제자'에 대해 이같이 평한다.
그가 본 후배 화가 김홍도(1745∼1806 이후)는 인물은 물론 화조, 산수, 풍속을 그리는 데 뛰어났고 그야말로 '무소불능'(無所不能)한 존재였다.
'서원아집도'(西園雅集圖) , '군선도'(群仙圖) 등 여러 걸작을 그리며 30대에 이미 이름을 널리 알린 김홍도를 '신필'(神筆)이라고 칭송하는 이도 있었다.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김홍도의 그림 세계가 박물관에서 펼쳐진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 서화실에서 선보이는 주제 전시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를 통해서다.
김홍도는 풍속화의 대가로 잘 알려져 있으나, 10대 후반에 도화서 화원이 돼 활동했고 1773년에는 영조(재위 1724∼1776)의 초상화를 그리는 일에도 참여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4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단원 김홍도는 모든 장르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 천재 화가"라며 "단군 이래 최고 화가"라고 강조했다.

전시에서는 김홍도의 주요 대표작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신명 나는 풍악에 맞춰 춤추는 아이를 표현한 '무동'(舞童), 한판 대결을 둘러싼 박진감 넘치는 장면이 돋보이는 '씨름' 등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작품을 포함해 풍속화 11점이 소개된다.
유 관장은 자신의 저서 '모두를 위한 한국 미술사'에서 보물 '김홍도 필 풍속도 화첩'에 대해 "배경을 모두 생략한 박진감 넘치는 구도에 인물 표정이 뚜렷해 각 장면의 내용이 정확하게 전달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노년에 완성한 대작 '기로세련계도'(耆老世聯契圖)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

1804년 9월 송악산 기슭 고려 궁궐터인 만월대(滿月臺)에서 열린 모임을 그린 것으로, 잔칫상을 받은 노인 64명과 시종, 구경꾼 등 237명이 묘사돼 있다.
개인 수집가가 소장해 온 작품으로, 모처럼 박물관에서 공개된다.
박물관은 "산수화, 풍속화, 기록화의 요소가 모두 담긴 김홍도 만년의 명작"이라며 "그의 종합적인 예술 역량과 원숙한 필치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홍도가 51세 되던 해인 1795년에 그린 '을묘년 화첩' 속 '총석정'(叢石亭) 그림, 노년기의 기량이 돋보이는 1804년 작 '노매도'(老梅圖) 등도 눈길을 끈다.

전시는 김홍도와 '예술적 교감을 나눈 벗', 강세황도 비중 있게 다룬다.
검은색 관모에 진한 옥빛 도포를 입은 모습을 그린 보물 '강세황 초상'과 강세황의 감상평이 쓰여 있는 보물 '김홍도 필 서원아집도 병풍' 등이 소개된다.
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보물 8건을 포함해 총 50건 96점의 유물을 새로 단장했다. 김홍도 작품 외에 한국 회화사에서 눈여겨봐야 할 작품과 서예도 전시했다.
조선 왕비가 머무르던 공간인 경복궁 교태전(交泰殿)을 장식했던 부벽화, 2천500명이 넘는 인물이 정교하게 담긴 '평양감사향연도'(平安監司饗宴圖) 등을 볼 수 있다.

노량해전을 약 4개월 앞두고 쓴 것으로 추정되는 이순신(1545∼1598) 장군의 친필 편지는 최초로 공개한다.
편지는 1598년 7월 8일 물품 지원을 담당하던 한효순(1543∼1621)에게 감사의 뜻을 담아 보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우리들의 이순신' 특별전에서 소개하려 했으나, 당시에는 소장처를 알 수 없어 출품하지 못했다고 한다.
박물관 측은 "긴박한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써 내려간 글씨에서 세심하게 전쟁을 준비하던 이순신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 선조(재위 1567∼1608)의 굵고 당당한 글씨, 조선 후기의 명필 이광사(1705∼1777)가 어느 그림을 감상하고 쓴 글도 살펴볼 수 있다.

유홍준 관장은 다음 달 2일 박물관 내 극장 '용'에서 '단원 김홍도의 삶과 예술'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박물관은 서화 유물의 전시 주기(약 3개월)를 고려해 주기적으로 작품을 교체하며 한국의 대표 서화가를 조명하는 주제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김홍도 전시는 8월 2일까지 열리며 이후에는 '추사 김정희와 그의 시대'(8월 10일∼11월 29일), '조선 모더니즘: 조선 말기의 회화'(12월 7일∼2027년 2월 28일) 전시가 이어질 예정이다.
유 관장은 "전라도 밥상처럼 (한 상 가득) 펼쳐놓는 게 아니라 맛있는 단품 요리에 주목하는 방식"이라며 "박물관을 'N차 관람'(여러 차례 관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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