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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2시간 벽, 왜 이렇게 와르르 무너졌나?…상금과 슈퍼슈즈가 큰 역할 했다→美 매체가 분석한 '서브2' 설계의 비밀
엑스포츠뉴스입력

인류 스포츠의 역사가 다시 쓰였다.
케냐의 사바스티안 사웨는 지난 26일(한국시간) 2026 런던 마라톤 남자부에서 1시간 59분 30초를 기록하며 공식 대회 최초로 마라톤 '2시간의 벽'을 허물었다. '서브2' 역사가 탄생했다.
2위 요미프 케젤차(에티오피아)도 1시간 59분 41초로 두 번째 '서브2'를 달성했다. 3위 제이컵 키플리모(우간다)마저 2시간 00분 28초로 종전 세계기록이었던 켈빈 킵툼의 2시간 00분 35초를 깨트렸다.
같은 날, 여자부에서도 에티오피아의 티그스트 아세파가 2시간 15분 41초로 자신의 세계기록을 9초 단축했다.
스포츠 역사상 한 번 일어날까 말까한 일이 왜 하필 올해 런던 마라톤 대회에서 여러 번 펼쳐진 것일까.
단순한 선수의 노력만으로는 설명이 힘들다.
글로벌 스포츠 전문 매체 '디 애슬레틱'은 이날의 역사를 가능하게 한 핵심 요소들을 심층 분석했다. 날씨, 막대한 상금로 인한 선수 구성, 그리고 혁신적인 운동화 등, 이 모든 조각들이 하나의 완벽한 그림을 완성했다.

매체의 분석에서 가장 먼저 언급된 요소는 기상 조건이었다.
지난해 런던 마라톤은 유난히 더웠고, 2024년 대회는 강풍으로 기록에 불리했다. 올해는 달랐다.
이날 런던 마라톤 엘리트 여자부 출발 시각인 오전 9시 5분(현지시간) 기준으로 기온은 약 13도(섭씨), 결승선 기준으로는 최대 16도까지밖에 오르지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동아프리카 선수들에게 13도 안팎의 기온은 무더위도 추위도 아닌 최적의 달리기 온도다.
실제로 여자부 우승자 아세파는 대회 후 인터뷰에서 "날씨가 좋을 것을 예상했고, 모든 조건이 갖춰져 있었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짚은 것은 마라톤 대회의 상금 구조 변화다.
매체에 따르면 런던 마라톤은 순위별 입상에도 수만 달러의 상금을 지급하며, 우승자가 특정 기록을 돌파할 경우 수십만 달러에 달하는 보너스를 지급한다. 5만 달러(약 7350만원)의 기록 돌파 보너스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금 구조의 변화가 선수 이동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매체는 "마라톤에 돈이 몰리고 있다"면서 "트랙과 하프 마라톤에서 이름을 날리던 선수들이 속속 풀코스 마라톤으로 전향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런던 마라톤의 책임자 역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전년도 챔피언을 다시 데려오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고 밝혔고, 그 노력은 성공적이었다.
2025년 챔피언이었던 사웨와 아세파가 모두 올해 다시 대회에 참석해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매체가 분석한 세번째 요소가 바로 이러한 상금으로 인한 대회의 특출난 선수 구성이다.
집단 주행(pack running)의 효과가 났다는 것이다.
전세계에서 내노라 하는 육상 선수들이 한 대회에 함께 등장하면서 단순히 개인 경쟁을 넘어 레이스 전반의 속도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날 남자 선두 그룹 6명은 하프 지점을 1시간 00분 30초에 통과하며 목표 페이스를 정확히 유지했다.
이후 30km 지점에서도 사웨와 케젤차가 함께 치고 나가며 사실상 양자 대결로 좁혀졌다.
이후 사웨가 레이스 막바지 5km 두 구간을 각각 13분 54초, 13분 42초에 주파하는 등 전반부보다 더 빠르게 달렸다. 승부는 41km 지점에서 갈렸지만 사웨는 케젤차의 도움을 분명히 받았다.
실제로 사웨 역시 이 기록을 케젤차 덕분으로 돌렸다. 그는 경기 후 "그(케젤차)가 오늘 정말 강하다는 걸 보여줬다. 우리는 서로를 도왔다. 그가 없었다면 세계기록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다뤄진 요소는 바로 신발이다.
올해는 '슈퍼슈즈' 시대가 도래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다. 두껍고 극대화된 쿠션에 탄소 플레이트가 내장된 슈퍼슈즈는 마라톤 기록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2017년 이후 마라톤 세계기록은 11번 경신됐는데, 이번 아세파와 사웨의 기록이 각각 10번째, 11번째 신기록이다. 2000년부터 2016년까지 16년 동안 경신 횟수가 12번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슈퍼슈즈 시대의 기록 가속화는 숫자로도 입증된다.
슈퍼슈즈 열풍의 시작은 나이키였지만, 현재 시상대는 아디다스가 지배하고 있다.
이날 런던 마라톤도 마찬가지였다. 챔피언 사웨와 아세파, 케젤차 모두 아디다스 소속 선수였으며, 이들은 아디다스가 새롭게 출시한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 에보 3'를 착용했다.
주목할 점은 바로 이 신발의 무게로, 97g이다. 슈퍼슈즈 가운데 100g 미만을 달성한 최초의 모델이다.
아디다스 측에 따르면 전작 대비 30% 가볍고, 전족부 에너지 반환율은 11% 향상됐으며, 이는 달리기 효율 약 2% 개선에 해당한다.

매체는 기사 말미에서 "각각의 요소가 홀로 작동했다면 수십 초 정도의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이 모두 합쳐졌을 때, 기록은 깨졌다"고 표현했다.
완벽한 기상 조건, 마라톤으로 스타들을 끌어들이는 상금 구조, 최강자들이 집결한 선수 구성, 그리고 역대 가장 가벼운 신발 등 모든 조각이 맞아떨어져 역사가 탄생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