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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개혁시대 한국의 사법, 대외 변수 앞에서 흔들리나

연합뉴스입력
외교적 요청도 사법 절차 안에서만 검토된다는 원칙 세워나가야
사법개혁 완수 발언마친 정청래(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법개혁 완수 발언을 마친 뒤 생각에 잠겨 있다. 2026.3.4 hkmpooh@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사법 개혁이란 사법 제도의 문제점과 폐단을 개선하는 작업을 말한다. 주로 법원의 재판이나 사법 행정을 손질하는 것을 일컫지만 검찰이나 변호사 제도 개선까지 포함하기도 한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주권 실현을 위한 사법체계 개혁'을 주요 국정 과제로 제시했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검찰 개혁에 주력하면서 불합리한 사법 행정 개선에도 팔을 걷고 있다. 목표는 신뢰받는 사법체계를 실현하는 것이다.

공정한 사법권 행사로 기본권을 보호하고 법질서를 유지하는 사법 정의는 숙명이다. 그런데 사법 개혁이 밀도 있게 추진되는 가운데 '사법 체계 업그레이드'에 대한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일들이 목격되고 있다.

'부정거래 의혹' 방시혁 의장, 경찰 출석(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투자자들을 속여 지분을 팔게 한 의혹을 받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15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9.15 yatoya@yna.co.kr

2024년 말 시작된 하이브 방시혁 의장의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 수사가 지난해 12월 마무리됐지만 4개월이 지나도록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한 미국대사관이 최근 출국 금지된 방 의장이 미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서한을 경찰청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가 오는 7월 4일 미국 250주년 독립기념일 축하 행사에 방 의장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한국 사법기관이 내린 출국 금지 조치를 일시 해제해 달라는 취지로 읽힌다. 미 대사관이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직접 요청한 것이 사실이라면, 한국 사법체계를 경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방 의장은 2019년 하이브 상장 이전 "상장 계획이 없다"고 속여 사모펀드에 주식을 팔게 한 뒤 상장을 했으며, 해당 사모펀드와 사전 계약에 따라 상장 후 매각 차익의 30%를 받아 1천900억원의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의 규모나 사회적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방 의장은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도 방탄소년단(BTS)의 월드 투어와 광화문 컴백 공연을 이끌어 왔다. 구속이나 불구속 상태로 기소될 가능성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의 요청은 방 의장에 대한 사법 처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칫하면 한국의 사법 주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사안이다.

로저스 쿠팡 한국 임시대표 경찰 출석(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 임시대표가 6일 국회 '쿠팡 사태 연석 청문회'에서 허위 증언을 한 혐의(국회증언감정법상 위증)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2026.2.6 pdj6635@yna.co.kr

지난해 말 불거진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수사도 미국과 연계되면서 길을 잃었다. 경찰은 지난 2월 초까지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 임시대표를 두 차례 부르는 등 적극적인 수사를 벌였다. 수사에 가속이 붙을 즈음 미국 의회가 로저스 임시 대표를 불러 비공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이 개인정보 유출을 구실로 정부 차원에서 쿠팡을 공격하고 있다고 불공정 이슈를 제기하며 한국 당국에 압력을 행사하는 듯한 모양새가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이달 초 쿠팡 본사에 대해 추가 압수수색을 벌이긴 했지만, 평균 사건처리 기간을 훌쩍 넘기고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해체 위기'를 맞을 정도로 국내에서는 사법 개혁이 서슬 퍼런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관련된 사안에는 한국 사법이 작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유력자 수사와 관련해서는 아직도 외부 눈치를 살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당국이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된다.

한국 사법이 대외 변수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이유는 있다. 한미동맹이라는 특수한 관계, 글로벌 기업의 영향력, 외교적 마찰을 최소화하려는 행정부의 판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대외 변수에도 사법이 공정하게 행사돼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외국과 관련된 사안이라고 국내 사안보다 더 엄격할 필요도 없다. 외교적 요청도 사법 절차 안에서만 검토된다는 원칙을 분명히 세워나가야 한다.

hs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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