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리스크로 시들해진 美채권 투자…개미들 대규모 매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등 미 채권을 대규모로 팔아치우고 있다.
중동 사태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17일 개인 투자자들은 미국 채권을 약 4억8천682만달러 어치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 순매도 금액(1억6천627만달러)의 약 3배에 달하는 규모다.
국내 투자자의 미국 채권 투자는 지난해 12월부터 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상태를 유지했다가 지난달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미국 채권 보관금액도 줄어들고 있다.
이달 들어 16일까지 보관금액은 158억6천만달러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1월 194억1천만달러, 2월 186억9천만달러, 3월 170억3천만달러 등 꾸준히 감소 추세의 연장선상이다.
여기에는 중동 분쟁으로 국제유가가 출렁이고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커지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고 채권 매력도가 떨어진 것이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쟁 비용 지출에 따른 재정 부담이 커지고 미국 국채 수급 우려가 부각되면서 시장 경계심도 여전한 상황이다.
향후 종전 시나리오에서도 투심이 채권이 속하는 안전자산보다는 위험자산으로 쏠릴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언급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전날 보고서에서 "전쟁 위험 완화는 안전자산보다 위험선호를 자극할 수 있어 2월 말 기록했던 미 국채 10년 3.9%대 되돌림이 쉽지 않다"고 봤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 국채 10년물은 4.244%에 마감했다.
박준우·허성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양호한 경제지표와 주가의 가파른 회복 등에 비춰보면 경기 둔화에 따른 금리 하락 가속화보다 양호한 성장 전망으로 금리가 반등할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짚었다.
다만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었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종전 기대감이 커지면서 현재는 80달러대 수준을 오간다는 점은 긍정적인 재료다.
유가가 떨어지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되며 금리가 내려갈 수 있다.
윤여삼 연구원은 "전쟁의 거품이 걷히면 하반기 미국 금리인하 기대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4%(미국채 10년물 금리) 하단 테스트를 다시 진행할 수 있다는 전망은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하나증권은 전날 미 국채에 대해 투자의견 '축소'로 유지하는 대신, 한국의 경우 선제적인 인상에 대한 우려가 완화된 점을 고려해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상향했다.
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자는 지난 15일 인사청문회에서 성장보다는 물가 리스크가 더 크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중동 지역의 충격이 일시적이라면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필요가 없고 여전히 수요 측 인플레이션 압력은 제한적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김지나 유진투자증권[001200] 연구원은 신 후보자의 청문회에 대해 "아주 매파적이지도 않았지만 시장의 인상 우려를 진정시키기에도 부족했다"며 "종전 및 국제유가 수준 등 복잡한 조건부이긴 하나, 인상을 열어놓고 대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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