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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권 신임 심평원장의 필수의료 해법은?…"가치기반 수가개편"

연합뉴스입력
작년 학술지 논문 재조명…단편적·일시적 수당확대 정책 한계 지적 행위별 수가제 탈피…환자 가치 중심 보상과 지역 정주 여건 개선 제안
홍승권 원장[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공]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지난 1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수장으로 취임한 홍승권 신임 원장의 과거 논문이 뒤늦게 의료계 안팎의 관심을 받고 있다.

취임사를 통해 지역 필수 의료 생태계 재생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상황에서 그의 구체적인 진단 해법이 담긴 연구 결과가 뒤늦게 조명받는 것이다.

홍 원장은 논문에서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한 지역 및 필수 의료 위기가 단순한 의사 수 부족 현상이 아니라 수십 년간 누적된 의료 체계 전반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17일 홍 원장이 지난 2025년 대한가정의학회지(Korean Journal of Family Practice) 15권 3호에 단독 저자로 발표한 연구(지역 필수 공공의료 강화정책의 현황과 과제: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 분석)에 따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 자원 격차는 주민의 삶의 질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하다.

2023년 기준으로 인구 천 명당 의사 수는 서울이 4.97명이지만 경상북도는 2.21명에 불과해 두 배가 넘는 차이를 보였다.

특히 거주 인구가 3천 명 이하로 줄어드는 농촌 지역은 기본적인 진료 체계와 약국 이용조차 마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로 의료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비수도권 주민들은 의료진 부족으로 치료 지연과 전원 위험에 일상적으로 노출돼 있다.

필수 진료 과목을 기피하는 현상은 의료 전달 체계의 붕괴를 가속하고 있다. 2024년도 전공의 모집 결과를 보면 일차 의료를 담당하는 가정의학과 충원율은 49.6%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소아청소년과는 26.2%에 머물렀고 산부인과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홍 원장은 이런 기피 현상의 핵심 원인으로 기형적인 수가 체계를 지목했다. 2023년 기준 기본 진료와 수술의 원가 보상률은 각각 85.1%와 81.5%에 불과했지만, 검체 검사는 135.7%, 영상 검사는 117.3%로 수익성에 큰 차이가 났다. 이처럼 검사와 처치 중심으로 보상하는 현행 행위별 수가제 아래에서는 환자 상담과 돌봄이라는 필수 의료의 가치가 철저히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정부가 지난 3년 동안 내놓은 대책에 대해서도 냉철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내렸다.

권역별로 책임 의료 기관 55곳을 지정하며 야간과 휴일 수가를 일부 인상하는 조치들이 시행됐다.

홍 원장은 이를 두고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수당 확대 수준에 머물렀다고 비판했다.

의료 공백을 보완하는 최후의 보루가 돼야 할 공공의료기관 역시 만성적인 적자와 낮은 처우 속에서 패배주의가 팽배하며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 해법으로 수가 체계의 전면적인 혁신을 제안했다.

시술 횟수나 검사량에 따라 보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질병 예방과 포괄적 의료 서비스의 질적 성과를 인정해주는 가치 기반 수가제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 인력을 비수도권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배치만 할 것이 아니라 진료 장비 현대화를 비롯해 의료진과 그 가족이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정주 여건을 종합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의료사관학교나 지역의사제 1조원 규모의 지역 필수 의료기금 역시 방향성은 맞지만 의무 복무가 끝난 뒤에도 의사들이 지역에 남을 수 있는 유인책과 동기 부여가 정밀하게 설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 원장은 지역과 필수 의료를 살리는 일이 단순한 의료 정책의 영역을 넘어 국가 균형 발전과 국민 모두의 건강 형평성을 지키기 위한 핵심 국정 과제라고 역설했다.

누구나 사는 곳에서 차별받지 않고 안전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 복지 국가를 실현하려면 단기 처방이 아닌 장기적이고 일관된 구조개혁이 필수적이라는 결론이다.

필수 의료 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새 심평원장이 자신의 이런 진단을 향후 건강보험 심사 및 평가 업무에 어떻게 녹여내고, 실제 의료 현장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sh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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