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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대형은행 헤지펀드 위험노출 증가…취약성 높아져"

연합뉴스입력
美주요 은행들, 시장혼란속 트레이딩 수요 급증에 '깜짝 실적' "금융시스템 상호연결…은행, 시장 불안시 상당한 위험 노출 가능성"
뉴욕 월스트리트 도로 팻말[UPI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미·이란 전쟁 여파로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동안 미국의 주요 대형 은행들이 막대한 이익을 거둔 가운데 이런 수입의 원천이 된 헤지펀드와 트레이딩 회사에 대한 대규모 은행 대출이 금융시장의 취약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5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최근 몇 년 새 헤지펀드 및 트레이딩 회사에 대한 은행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상당한 수준으로 증가했다며 이처럼 경고했다.

S&P는 "트레이딩 회사에 대한 은행들의 익스포저가 상당한 수준이어서 '테일 리스크'(발생 확률은 매우 낮지만 큰 파급력을 줄 수 있는 위험)가 높은 상황"이라며 "이는 거래상대방 위험, 유동성 위험, 시장 위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부채 비율과 규모가 기록적인 수준인 데다 금융시스템이 상호 연결된 상황에서 이는 현 금융 생태계에 내재한 취약성을 드러낸다"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헤지펀드나 트레이딩 회사가 은행에서 조달한 프라임 브로커리지 여신 규모는 2024년 기준으로 2조5천억 달러(약 3천700조원)를 넘어섰다.

헤지펀드나 트레이딩 회사는 여러 투자전략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려 막대한 대출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채 선물시장에서 현물 가격과 선물(future) 가격 간의 차이(basis)를 기반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베이시스 트레이드'(basis trade)다.

헤지펀드들은 미국채 현물을 매수한 뒤 가격이 미세하게 높은, 비슷한 만기의 미국채 선물 계약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베이시스 트레이드를 수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은행 대출을 통해 원금 대비 수십 배의 레버리지를 일으킨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앞서 팬데믹 시기인 2020년 3월 긴급 양적완화(QE)를 시행한 주된 요인 중 하나로 베이시스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채권시장 혼란을 지목한 바 있다.

2021년 '아케고스 파산 사태'처럼 은행에서 막대한 돈을 빌려 주식시장에 투자했다가 펀드가 파산해 은행에 막대한 손실을 안긴 사례도 있다.

한국계 미국인 투자가 황성국(미국명 빌 황)씨가 이끈 투자회사 아케고스는 지난 2020년 은행들과 파생금융상품의 일종인 총수익스와프(TRS) 및 차액거래(CFD) 계약을 맺고 보유자본의 몇 배에 달하는 자금을 주식에 투자했다.

황씨의 차입금은 1천600억달러(약 230조원)까지 폭증했지만 투자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자 증거금을 추가로 내야 하는 마진콜 상황이 발생했고 결국 회사가 파산했다.

이로 인해 투자은행들이 입은 손실은 1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고, 스위스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는 아케고스와의 거래로 맺은 손실에 따른 여파로 경쟁사인 UBS에 인수되기도 했다.

시타델 증권, 제인 스트리트, 허드슨리버 트레이딩 등 트레이딩 회사들도 거래 규모 측면에서 월가의 큰손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제인 스트리트의 경우 분기별 평균 수입이 5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대형 은행들은 트레이딩 회사나 헤지펀드의 거래를 지원하는 금융 서비스 제공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

JP모건체이스, 시티그룹, 골드만삭스 등 주요 은행들은 올해 1분기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냈는데, 미·이란 전쟁 여파로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동안 거래량이 늘면서 시장 관련 수입이 늘어난 게 호실적의 주된 배경이 됐다.

은행들은 헤지펀드나 트레이딩 회사를 상대로 거래 실행, 청산 및 거래 종결, 단기대출, 증권대여, 위험관리, 기타 업무지원 등을 통해 수익을 거둔다.

S&P는 "시장 변동성이 커지거나 거래상대방이 부실화될 경우 레버리지 포지션이 급격히 청산되면서 은행들의 프라임 브로커리지 및 증권 금융 부서가 상당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p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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