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뼈의 기록' 원작자 천선란 "SF, 인간에 대해 묻는 장르"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SF는 결국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철학과 닿아있다고 생각하는데 장한새 연출은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이에요. 신작을 쓸 때 제일 먼저 연락드리는 연출가입니다." (천선란 작가)
"천선란 작가의 소설은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땅에 발을 붙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가장 인간과 밀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분이 위로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장한새 연출)
인기 과학소설(SF) 작가 천선란과 연출가 장한새가 지난 2024년 연극 '천 개의 파랑'에 이어 연극 '뼈의 기록'으로 다시 한번 호흡을 맞췄다.
로봇 장의사가 죽음을 이해하는 소설 속 이야기를 무대 위에 펼쳐놓기 위해 협업을 이어온 두 사람은 창작자로서 서로를 향한 '팬심'을 드러냈다.
장한새 연출은 8일 예술의전당에서 천선란 작가와 함께 진행한 라운드 인터뷰에서 "천 작가에게 '소설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했으니,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라'는 말을 듣고 힘을 얻었다"며 "원작자의 응원을 받으며 기분 좋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개막한 '뼈의 기록'은 안드로이드 로봇 장의사 로비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이다. 천 작가가 지난 2022년 발표한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이번이 초연이다.
작품은 무연고자의 시체를 염하는 로비스가 그들의 생애를 읽어내며 인간의 죽음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천 작가는 "병원 생활하는 가족 곁에서 20대를 보내면서 '인간이 죽음 앞에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며 "인간은 죽음 앞에서 냉정해질 수 없지만, 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로봇이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장 연출은 원작 소설에 2085년이라는 시간적 배경을 추가하는 한편 무대를 차갑고 적막한 분위기로 연출해 '애도가 부재한 세상'을 표현했다. 그 과정에서 '염을 하는 로봇'을 구현하는 과정에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계가 인간을 염한다는 설정이 (미래라면)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면서도 씁쓸했다. 이 작품으로 그 씁쓸함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무대는 하나의 관처럼 보일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스갯소리로 '로봇 팔을 무대에 놓고 공연한다면 어떨까'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결국 사람 배우가 기계를 연기하게 됐다"며 "염하는 절차를 보여주는 대목에서는 상처를 닦아내고, 머리를 빗는 등의 루틴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천 작가는 연극 무대에 오른 '뼈의 기록'을 어떻게 관람했을까. 전날 작품을 봤다는 끄는 연극이 원작의 대사를 충실히 구현했고, 소설 속 적막한 분위기를 잘 담아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천 작가는 "로비스가 시체에 꼬이는 파리를 보며 죽음이 또 다른 생명의 순환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는 대목이 연극에 꼭 들어갔으면 했다"며 "(장 연출에게) '얼마든지 꿈을 펼치세요'라고 이야기해놓은 상황이라 간절히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며 웃었다.
예술의전당과 할리퀸크리에이션즈가 공동제작한 '뼈의 기록'은 다음 달 10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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