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역서 동상 철거·벽화 덧칠…'노동계 영웅' 차베스 지우기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경윤 특파원 = 미국 노동운동계 대부로 꼽혀 온 세사르 차베스의 성폭력 피해 폭로가 터져 나오면서 미 전역에서 이른바 '차베스 지우기'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 일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23일(현지시간) 차베스를 기렸던 동상과 벽화가 철거되고 거리·기념일 명칭도 변경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캘리포니아주 샌퍼난도에서는 차베스 기념공원에 있던 차베스의 동상을 이미 철거해 보관소로 옮겼고, 프레즈노 캘리포니아 주립대(캘스테이트 프레즈노)에 있던 차베스 동상은 곧장 검은 천으로 봉해진 뒤 철거됐다.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도 실물 크기의 차베스 동상을 철거했으며, 콜로라도주 덴버에서는 차베스 흉상이 사라졌다. LA와 샌타애나에 있던 차베스 벽화도 덧칠되거나 종이로 뒤덮였다.
LA시는 3월 31일 차베스의 생일을 기리던 공휴일을 폐지하고 '농장 노동자의 날'로 이름을 바꾼다고 발표했다.
텍사스주 댈러스 시정부는 차베스 기념일 행사를 취소하고, 대신 그와 함께 활동한 여성 노동운동가인 돌로레스 우에르타의 생일인 4월 10일을 기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거리와 학교, 공공시설 등에 남은 이름도 문제다.
AP통신에 따르면 현재 미국 19개 주, 130여곳의 거리·공원·도서관·커뮤니티 센터 등이 차베스의 이름을 따서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프레즈노 시의회는 주요 거리에서 차베스라는 이름을 빼기로 결정했다.
LA의 히스패닉 밀집 지역인 보일 하이츠에서도 '차베스 애비뉴'라는 거리명을 원래 이름인 '브루클린 애비뉴'로 되돌리자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한편,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에게 차베스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방침도 바뀌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교육부와 LA 통합교육구(LAUSD)는 성명을 내고 교육자들이 차베스 개인의 중요성을 덜 두드러지게 하며 농장노동자의 운동에 좀 더 초점을 맞출 것을 요청했다.
차베스는 1960∼1970년대 미국농장노동자연맹을 창설하고 히스패닉 농장 노동자들의 권리 향상 운동을 벌인 인물로, 오랜 기간 미국 노동운동의 상징이자 히스패닉 사회의 구심점으로 꼽혀왔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0년 발간한 어린이 그림책에도 13명의 위인 가운데 하나로 이름을 올릴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여성 두 명이 10대 시절 그에게 성폭력 피해를 봤다고 밝혔고, 차베스의 오랜 동료로 꼽히던 돌로레스 우에르타도 폭로에 동참하면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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