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중국어를 기본 교육언어로…中전인대, 민족단결법 통과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12일 학교 교육을 표준 중국어로 하고 해외 '민족 분열행위'도 처벌하는 내용의 '민족단결진보촉진법'(민족단결촉진법) 제정안을 가결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로이터·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대표 2천762명이 전인대 연례회의 폐막식에 참석한 가운데 압도적 다수인 2천756명이 민족단결촉진법에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와 기권은 각각 3표였다.
당국은 통과된 민족단결촉진법 전문을 아직 발표하지 않았지만 초안은 표준 중국어인 푸퉁화(普通話)를 학교의 기본 교육언어로 정하고 공공장소에서 푸퉁화를 우선시하는 내용 등 민족 동화 강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전까지는 지역에 따라 소수민족 학교에서 주요 교과목 수업을 민족 고유 언어로 진행해왔는데 이 법이 시행되면 모든 학교에서 푸퉁화로 수업하게 된다. 소수민족 언어는 외국어처럼 '제2언어'로만 가르칠 수 있다.
미성년자의 부모나 보호자가 자녀에게 '민족 단결에 불리한 관념'을 주입해서는 안되며 중화문화·민족의 상징과 형상을 공공시설이나 건물, 관광지 등에서 전시하도록 장려한다는 내용도 초안에 들어 있다.
초안에는 또한 '중국 국외 조직이나 개인이 중국을 대상으로 민족 단결진보를 파괴하거나 민족 분열행위를 한 경우 법적 책임을 추궁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당국은 이 법이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을 굳건히 하고 중화민족의 응집력을 증강'을 위한 것으로, 소수민족 차별·압박 금지, 차이 존중·포용 등을 기본 원칙으로 하되 민족 단결을 파괴하고 민족 분열을 조성하는 행위는 금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와 인권단체 등은 민족단결촉진법이 소수민족의 언어·종교·문화·정치 활동을 광범위하게 제한해 '중국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중국 외교정책 전문가인 앨런 칼슨 코넬대 부교수는 "이 법은 시진핑 시대의 중국에서 비(非) 한족이 다수 한족과 더욱 통합돼야 하며, 무엇보다 중국에 충성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을 연구해온 제임스 레이볼드 호주 라트로브대 교수는 민족단결촉진법이 의미 있는 자치권을 보장하겠다는 중국공산당의 당초 약속에 사형선고를 내린 격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은 성명에서 "이 법은 중국 전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수민족 공동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더불어 티베트와 서북부 신장 지역에서의 교육 및 종교의 자유를 더욱 약화시키고, 중국 정부의 지속적인 인권 침해에 법적 근거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만은 민족단결촉진법이 대만인을 겨냥하는 근거가 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 법은 '중국 국민은 국가 통일과 전국 각 민족 단결을 수호할 의무가 있으며 국가주권·안보·발전이익을 수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 선유중 부주임위원(부위원장 격)은 이러한 표현이 "(중국이) 양안 문제를 처리하는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다. 중국공산당의 많은 조치는 명목상으로는 국내 안정유지를 위한 것으로 제시되지만 실제로는 확대관할권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만 고위 당국자는 "이전에는 (중국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면 처벌했으나 이제는 통일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민족단결촉진법이 중국의 전술 변화를 보여준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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