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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에 에너지빈곤 우려…"소득대비 연료비 높은 가구 20%"

연합뉴스입력
"에너지빈곤 해소 중장기 국가계획 부재…목표 축소되는 양상"
작년 12월 5일 오전 대구 서구 비산동교회 대구연탄은행에서 한 어르신이 연탄 3장을 나눔받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최근 유가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가계의 에너지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한국도 소득 대비 연료비 비중이 높은 가구가 지난해 기준 20%에 달하는 등 '에너지 빈곤층'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8일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 빈곤 지표 비교 분석 및 정책 활용 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유럽연합(EU)이 활용하는 지표를 적용했을 때 일부 지표에서 한국의 에너지 빈곤율이 EU 회원국이었다면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가계동향조사 자료 등을 활용해 EU '에너지 빈곤 관측소'(EPOV)가 제시한 4개 지표를 적용한 에너지 빈곤율을 산출했다. EPOV는 EU 집행위원회가 설립·지원하는 에너지 빈곤 통계·지표 관리 플랫폼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구의 총소득에서 주거 에너지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국가 전체 중앙값 2배를 초과하는 경우'인 '소득 대비 연료비 비중이 높은 가구'는 2015년과 2025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자료 기준 각각 16.1%와 19.5%였다. 2015년 기준 이탈리아를 제외한 유럽연합 26개 회원국의 비율은 15.3%였다.

연구진은 가구 간 에너지비 부담 격차가 작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빈곤층에 해당하는 가구와 그렇지 않은 가구 간 가처분 소득 차는 2015년 기준 3.2배, 2025년 1분기 기준 2.5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에너지비 지출액이 비슷하다면 가처분 소득에 따라 부담의 크기가 달라진다.

가구 주거 에너지비 지출액이 국가 전체 중앙값 절반 이하인 '연료비 지출액이 적은 가구'의 비율은 2015년과 2025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자료 기준 각각 16.1%와 13.1%로 26개 EU 회원국 평균(13.2%)과 비슷했다.

에너지비 지출액이 비정상적으로 적은 가구를 보여주는 이 지표는 '숨겨진 에너지 빈곤층'을 확인하는 데는 유용하나 '고소득·고효율 가구'가 일부 포함될 수 있어 보조적으로 활용된다.

한국의 '적절히 난방할 수 없는 가구 비율'과 '에너지 요금 체납 가구 비율'은 EU 회원국 평균보다 크게 낮았다.

적절히 난방할 수 없는 가구는 2021년 국민생활실태조사와 2023년 한국복지패널조사, 같은 해 가구에너지패널조사 기준 각각 1.3%, 0.4%, 5.6∼6.2%였다. EU 27개 회원국 평균은 2023년 9.5%였다.

에너지 요금 체납 가구는 2021년 국민생활실태조사와 2023년 한국복지패널조사에서 각각 1.4%와 1.1%로 나타났다. EU 회원국 평균은 7.5%로 집계됐다.

이번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에너지 복지 관련 예산이 급증하고 있지만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효과를 평가하는 국가 전략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에너지 복지'를 처음 거론했을 때는 2006년 5월 '제4차 국가 에너지 자문회의'에서로, 당시 산업자원부는 "저소득층 에너지 복지를 확충하겠다"고 했다. 다만 현재까지 에너지 빈곤층 해소나 에너지 복지 강화를 위한 중장기 국가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연구진은 "에너지기본계획 등 에너지 관련 주요 계획에서 에너지 빈곤 관련 내용과 목표가 축소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에너지 가격 급등 등 위기시 에너지 취약계층을 선제적으로 보호하고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정량화된 에너지 빈곤 지표에 기반한 합리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ylee2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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