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 ① 파업노동자 손배책임 제한…원청책임 강화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옥성구 기자 =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이 10일 시행된다.
개정 노조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노동쟁의 범위를 넓히는 동시에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법 조항 해석에 이견이 나오는 데 더해 노사 갈등이 여전히 첨예한 만큼, 정부는 시행령을 개정하고 해석지침과 원·하청 교섭 매뉴얼을 제시하는 등 현장 안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2009년 쌍용차 노동자 돕기위한 '4만7천원 넣은 노란봉투'서 유래
개정 노조법, 일명 '노란봉투법'의 유래는 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1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자동차는 같은 해 4월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며 전체 인력의 36%에 달하는 직원 2천636명을 정리해고하겠다고 밝혔다.
구조조정에 반발한 쌍용차 노조는 2009년 5월 공장점거 파업에 돌입했고, 경찰의 강제 진압 과정에서 노사간 충돌이 극에 달했다. 그해 8월 노사 간 협상은 77일 만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그러나 회사 측이 노조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갈등은 계속됐고, 법원은 2013년 11월 29일 노조 등에 47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한 시민은 쌍용차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4만7천원을 넣은 노란 봉투를 한 언론사에 보냈다.
과거 회사에서 월급을 줄 때 노란 봉투에 담아 준 것에 착안해 손해배상금 47억원을 10만명이 4만7천원씩 나눠 내자는 제안이었다. 이는 성금 캠페인으로 이어졌고, 총 14억7천만원이 쌓였다.
캠페인은 입법 추진으로 이어져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이 노란봉투법을 발의했다. 이후 여러 차례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그러다가 2022년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이 파업 후 47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를 당한 것을 계기로 논의에 다시 탄력이 붙었다.
노란봉투법은 21대 국회 때인 2023년 11월 9일에 이르러서야 국회 본회의를 처음 통과했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발동하며 법 시행이 좌절됐다.
22대 국회가 개원하자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을 재발의했으나 윤 전 대통령이 다시 거부권을 행사해 법안은 폐기됐다.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노란봉투법 추진은 급물살을 탔고, 경영계와 야당의 반대에도 지난해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 해 9월 노란봉투법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이후 노동부는 현장 의견 등을 반영해 노란봉투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고, 해석지침과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도 내놨다.
결국 노란봉투법은 국회 문턱을 넘고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친 끝에 이달 10일 본격 시행을 앞두게 됐다.

◇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 강화…노동쟁의 개념 확대
개정 노조법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노동쟁의 범위를 넓히는 동시에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크게 사용자와 노동쟁의의 개념 등을 규정한 2조와 노조 활동과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 및 배상 책임을 다룬 3조로 구분된다.
먼저 2조에서는 '사용자'에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하청업체 등 간접고용 근로자도 원청 사용자와 단체교섭 등을 할 수 있도록 해 노동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노동조합' 정의에서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는 노조로 보지 않는다는 부분을 삭제하되 노조 주체가 근로자여야 한다는 전제는 유지된다.
아울러 '노동쟁의 개념'은 기존 '근로조건의 결정'에서 '근로조건의 결정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으로 수정해 정리해고·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 등이 포함되도록 했다.
3조에서는 사용자가 손해를 입었을 시에도 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조건에 단체교섭, 쟁의행위 외 선전전·피케팅 등 노조법에 따른 정당한 "그 밖의 노동조합 활동"을 추가했다.
또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해 노조 또는 근로자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부득이하게 손해를 가한 경우엔 배상 책임이 없다"는 조항과 "사용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 그 밖의 노조 활동으로 인한 노조 또는 근로자의 손해배상 등 책임을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노동부는 6개월의 유예 기간에 시행령을 개정하고, 해석지침과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을 마련하는 등 현장 안착에 박차를 가했다.
재입법예고까지 거치는 등 다사다난했던 시행령 개정안에는 원청과 하청노조가 교섭할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의 틀 안에서 교섭단위 분리제도를 활용하는 방안이 담겼다.
노조 간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자율적으로 우선 진행하도록 하되 절차 중 교섭단위 분리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이후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를 통해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의 경우 교섭창구 분리가 원칙이라고 안내했다. 즉, 하청 노조가 원청 노조와의 조율 과정이나 교섭단위 분리를 위한 노동위원회 판단 없이도 원청에 별도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어, 원청 사용자가 각각의 원·하청 노동조합 등 최소 2개의 노조와 교섭해야 한다고 확인한 것이다.
해석지침은 원청 사용자가 하청 노동자의 근로시간·작업방식·임금 등을 '구조적으로 통제'하면, 하청 노동자에게 교섭권이 부여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용자성'을 판단하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결정에 대한 해석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핵심 판단 기준으로 '구조적 통제'를 꼽았다.
한편 노란봉투법이 이달 10일 시행되면 첫 적용 사례는 4월 중순에 나올 것으로 중노위는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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