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前대통령 "한반도 정세 엄혹해진 만큼 평화 더 절실"(종합)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경윤 특파원 = 퇴임 후 처음으로 해외를 찾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한반도·국제 정세에 대한 우려와 함께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베벌리힐스 호텔에서 열린 태평양세기연구소(PCI) 주최 만찬에서 "오늘날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그때보다 더욱 엄혹해졌다. 남북 간 신뢰는 파탄 났고 대화의 장벽은 더욱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상황이 어려워진 만큼 평화가 더 절실해졌다"며 "평화는 저절로 찾아오는 선물이 아니다. 굳건한 의지와 헌신적인 노력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우리는 그 길을 다시 개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임 기간 급물살을 탔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결실을 맺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문 전 대통령은 "담대하고 뜨거웠던 여정을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면서도 "동시에 그 여정이 온전한 결실로 이어지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또한 가슴 한편에 무겁게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지적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금 세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가 쌓아 올린 보편적 협력의 질서가 무너지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이 위기를 극복할 유일한 열쇠는 대화를 통한 평화와 포용과 협력"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란 사태를 언급하며 "무력 사용은 무고한 희생을 낳고 증오와 보복의 악순환으로 이어져 오히려 평화와 안전을 더 크게 위협하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력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고 외교·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급히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을 두고는 "한국 또한 최근 민주주의의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놀라운 민주주의 회복력을 전 세계에 증명해 보였다"며 "탄탄한 민주주의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우리 국민의 역량을 나는 굳게 신뢰한다"고 언급했다.

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해외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 영문판 발간을 기념해 PCI와 랜드연구소의 초청으로 LA를 찾게 됐다.
그는 "퇴임 후 첫 번째 해외 방문이라 매우 특별하다"며 "재임 중 오지 못했던 LA를 방문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PCI 측은 2015년 서울에서 열린 만찬 후 11년 만에 다시 문 전 대통령을 초청하게 됐다며 "문 전 대통령이 원로 정치가(senior statesman)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더 이상 정치적 의미를 고려해야 하는 정치인이 아닌 만큼 살면서 쌓은 통찰을 나눠줄 수 있을 것"이라며 초청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만찬에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청년과 미래 가교 프로젝트' 고등학생 청년 대사 12명을 만나 1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격려했다. 다음날에는 비공개로 진행되는 랜드연구소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heev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