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 대수술] ②연구개발 위축인가 거품 제거인가…엇갈린 숫자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정부의 약값 인하 방침에 제약업계는 강력한 저항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중심으로 제약사들은 이번 조치가 단행되면 연간 1조2천억원이 넘는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국내 제약사들은 복제약을 팔아 번 돈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구조인데 이 수익원이 마르면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미래인 연구개발 자체가 멈출 것이라고 경고한다.
6일 제약업계가 제시한 보고서에 따르면 59개 주요 제약사를 조사한 결과, 이번 개편으로 약 1천700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추정됐다.
중견기업의 경우 매출 손실률이 10%를 넘어서며 당장 회사의 존립이 위태롭다는 주장도 나온다. 제약사들은 각종 통로를 통해 정부를 압박하며 시행 시기를 어떻게든 미루려 시도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업계에 우호적인 언론 보도를 쏟아내며 이번 조치가 불러올 부작용을 부각하는 여론전을 전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부가 분석한 제약업계의 실제 성적표는 업계의 호소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를 보면 국내 제약산업은 다른 제조업에 비해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증가세가 훨씬 안정적이다. 2025년 2분기 기준으로 164개 제약사의 영업이익률은 16.5%로 전체 제조업 평균인 5.1%보다 세 배 이상 높다.
특히 상위 제약 대기업 10곳의 영업이익률은 43.3%에 달해 경영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제약업계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든다.

연구개발비에 대한 데이터도 흥미로운 사실을 보여준다. 제약사들은 약값이 깎이면 연구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실제 공시 자료를 보면 연구개발비보다 광고비나 임대료, 복리후생비 등 판매관리비로 쓰는 돈이 압도적으로 많은 회사가 수두룩하다.
어떤 혁신형 제약기업은 판관비로 3천675억원을 쓰면서 연구개발비에는 고작 303억원만 투자하기도 했다. 영업 중심의 구조가 굳어지면서 제약사의 체력이 연구가 아닌 마케팅에 쏠려 있다는 증거다.


정부는 이번에도 일시적인 진통은 있겠지만 영업에만 치중하던 부실한 기업들이 정리되고 진짜 실력을 갖춘 기업들이 살아남는 산업 재편의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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