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부족인가 사회책임인가…빈곤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한국 사회에서 빈곤을 바라보는 시선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가난의 책임을 개인의 노력이 부족한 탓으로 돌리는 사회적 분위기가 여전히 우세한 상황에서 정작 당사자인 저소득층은 개인의 노력보다는 사회구조적 한계를 더 큰 원인으로 꼽고 있기 때문이다.
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가 공동으로 수행한 2025년 제20차 한국복지패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사회가 빈곤을 얼마나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복지인식부가조사에 참여한 2천661명의 응답을 분석한 결과, 우리 국민 대다수는 가난의 책임을 사회나 환경보다는 개인의 의지 문제로 돌리는 경향이 뚜렷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89.6%가 빈곤의 가장 큰 원인으로 개인의 동기와 노력 부족을 꼽았다. 이는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본인의 불성실함이나 의지박약에 있다고 믿는 사람이 10명 중 9명에 달한다는 의미다.
또한 개인적인 절약 부족이나 가계 관리 소홀을 빈곤의 원인으로 지목한 비율도 88.3%에 육박해 경제적 어려움을 개인의 관리 능력 부재로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설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빈곤을 응시하는 눈길이 가구의 소득 수준에 따라 확연히 갈린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일반 가구의 경우 90.2%가 개인의 노력이 빈곤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라고 답했지만, 실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 가구는 그 비율이 85.5%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특히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응답에서 일반 가구는 37.8%였지만 저소득 가구는 27.9%에 그쳐 약 10%포인트(p)의 격차를 보였다.
이런 차이는 절약 부족 항목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일반 가구의 40.0%가 절약하지 않는 태도를 빈곤의 매우 중요한 원인으로 본 것과 달리, 저소득 가구는 30.3%만이 이에 동의했다. 이는 풍족한 환경에서 빈곤을 바라보는 이들이 개인의 습관이나 의지를 강조하는 것과 달리, 정작 당사자들은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현실적인 장벽을 더 크게 체감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문제는 이런 사회적 인식이 저소득층에게 또 다른 심리적 낙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빈곤의 원인을 오로지 개인의 노력 탓으로만 돌리는 사회적 분위기는 경제적 취약 계층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고 그들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벗어나기 힘든 가난의 굴레를 단순히 게으름의 결과로 치부하는 시각은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자활 의지도 중요하지만, 그 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지탱해 주는 사회적 안전망과 구조적 개선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인에게만 모든 책임을 지우는 냉정한 시선에서 벗어나 빈곤의 이면에 숨겨진 다양한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려는 따뜻한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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