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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인 척"... 대형 자본 뒤에 숨은 게임 스튜디오들

게임와이입력

스타샌드 아일랜드의 논란이 게임 업계의 오랜 관행 하나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대형 자본의 지원을 받으면서도 소규모 인디 스튜디오 이미지를 내세우는 전략이다. 플레이어들의 신뢰와 지지를 마케팅에 활용하면서, 정작 자본 구조는 철저히 감추는 방식이다.

가장 최근 사례는 스타샌드 아일랜드다. 개발사 시드 스파클 랩은 소규모 팀을 내세워 킥스타터에서 5,306명의 후원자로부터 31만 달러를 모집했다. 그러나 2025년 9월 인터뷰에서 킹소프트와 계열사 시선게임즈의 투자로 설립된 사실이 밝혀졌다. 팬들이 십시일반 모아준 크라우드펀딩 자금이 사실상 대기업 자본의 보완재로 활용된 셈이다.

스타 샌드 아일랜드

 

비슷한 시기에 더 충격적인 사례도 터졌다. 타이탄폴과 에이펙스 레전드 출신 베테랑들이 창업한 와일드라이트 엔터테인먼트는 히어로 슈터 '하이가드'를 개발하면서 "독립적이고 자체 퍼블리싱하는 스튜디오"라고 홍보했다. 더 게임 어워즈에서도 제프 킬리가 이 소개를 그대로 전했다. 그러나 출시 직후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가 터지자, 미국 매체 게임 파일은 실제 자금의 주요 출처가 텐센트 계열 티미 스튜디오 그룹이었다고 보도했다. 자금 출처를 비공개로 유지한 이유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이가드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넥슨의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이 개발한 '데이브 더 다이버'는 2023년 더 게임 어워즈 최우수 인디 게임 부문 후보에 오르며 거센 논란을 불렀다. 시가총액 수조 원의 대기업이 만든 게임이 인디 자격이 있느냐는 항의가 빗발쳤고, 황재호 개발 총괄 디렉터가 직접 "우리는 인디가 아니다. 다만 작고 유니크한 시도를 하는 팀일 뿐"이라고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이 게임은 넥슨 경영진이 작고 강한 게임 조직을 만들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한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디게임이라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은 경우다. 

넥슨 경영진이 작고 강력한 게임을 대대적으로 내세웠지만 인디게임이라는 오해를 받은 데이브 더 다이버 /넥슨

 

해외에서도 비슷한 구조가 반복된다. 2022년 큰 인기를 끈 '스트레이'는 앤나푸르나 인터랙티브가 퍼블리싱한 인디 타이틀로 알려졌지만, 앤나푸르나 인터랙티브 자체가 억만장자 메건 엘리슨의 영화사 앤나푸르나 픽처스 산하 부문이며 소니가 콘솔 독점 계약료를 별도로 지불했다. '개발자 중심의 민주적 퍼블리셔'를 표방했던 앤나푸르나 인터랙티브는 2024년 모회사와의 갈등으로 전직원이 집단 사퇴하면서 대형 자본 아래 인디 레이블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다.

색다른 분위기의 게임 스트레이가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된다. TGS /게임와이 촬영

 

같은 해 테이크투 산하 인디 레이블 프라이빗 디비전이 퍼블리싱한 '롤러드롬'은 더 씁쓸한 결말을 맞았다. 개발사 롤7은 BAFTA 수상작을 만들고도 2024년 테이크투에 의해 폐쇄됐고, 전직 개발자가 게임 2주년 기념일에 "우리는 이미 이 게임 회사에 없으니 차라리 불법 복제하라"고 공개 호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게임 수익이 전부 테이크투로 귀속되는 구조에서 정작 만든 사람들은 아무것도 받지 못한 것이다. 이 회사의 게임은 자본 구조를 숨겼다기보다 테이크투 산하 레이블임이 공개된 상태에서 개발사가 결국 희생된 경우다.

롤러드롬

 

한편 2025년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였던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의 퍼블리셔 케플러 인터랙티브도 개발자 주도의 민주적 구조를 표방했지만, 중국 대형 게임사 넷이즈로부터 1억2,000만 달러를 유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클레르 옵스퀴르: 33원정대 / 샌드폴인터랙티브

 

반면 투명성으로 신뢰를 얻은 사례도 있다. 팰월드 개발사 포켓페어는 소니와 합작 법인 설립 소식에 투자 의혹이 제기되자, 커뮤니케이션 책임자 존 버클리가 즉각 "팰월드에는 투자자도, 후원자도, 스폰서도 없다. 100% 독립이자 자체 자금"이라고 공개 해명했다. 하이가드 사태로 텐센트 의혹이 팰월드로까지 번지자 재차 같은 입장을 확인했다.

팰월드 /게임와이 촬영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인디 게임에 대한 플레이어들의 강한 지지와 스팀 알고리즘의 특성이 있다. 소규모 개발사 이미지는 소비자 공감을 얻고 플랫폼 내 노출도를 높이는 데 유리하다. 대기업이 인디 감성을 차용한 게임들이 상위 노출을 점령하면서, 자금도 마케팅도 없이 홀로 싸우는 진짜 인디 개발자들은 리스트 저 아래로 밀려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스타샌드 아일랜드와 하이가드 논란이 연달아 터지면서, 게임 업계 안팎에서 자금 출처와 투자 구조의 공개 의무화, 그리고 인디 어워드의 엄격한 기준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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