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세계

태국 총선 투표 실시…진보-보수-포퓰리즘 3파전 치열(종합)

연합뉴스입력
진보 국민당-보수 품짜이타이당 선두 경쟁…단독과반 '난망' 탁신 가문 프아타이당 등 연정 위해 이합집산할 듯
태국 총선 투표(방콕 A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지난 2년여간 세 차례 총리가 바뀐 태국에서 차기 정부 구성을 위한 총선이 8일(이하 현지시간) 실시됐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태국 전국 투표소 9만여 곳에서 지역구 의원 400명과 비례대표 100명 등 하원의원 500명을 뽑기 위한 투표가 진행됐다.

전국 유권자 5천292만 명 가운데 지난 1일 사전투표에 참여한 이들을 제외한 국민이 순조롭게 투표를 마쳤다고 선거관리위원회는 밝혔다.

사와엥 분미 선관위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6시부터 개표를 시작해 비공식 개표 결과가 밤 10∼11시께 나올 수 있다고 현지 매체 네이션에 말했다.

공식 선거 결과는 늦어도 4월 9일까지 발표되며, 이후 보름 안에 새 의회가 소집돼 하원 의석의 과반을 얻은 후보를 총리로 선출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 그동안의 태국 정치 혼란이 어느 정도 마무리될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2023년 총선의 제 1·2·3당인 진보 성향 국민당, 직전 집권당이자 탁신 친나왓 전 총리 계열의 포퓰리즘 정당인 프아타이당, 아누틴 찬위라꾼(60) 현 총리 소속당인 보수 품짜이타이당 등 주요 3당이 치열한 3파전을 벌였다.

투표하는 태국 국민당 대표(방콕 로이터=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의 한 투표소에서 낫타퐁 르엉빤야웃(39) 국민당 대표가 투표하고 있다.

낫타퐁 르엉빤야웃(39) 대표가 이끄는 국민당은 여론조사 지지율 선두로서 이번에도 1당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단독 과반 의석 확보 가능성은 희박해 총선 이후 다른 당을 연립정부 파트너로 끌어들여 총리 선출에 필요한 과반 의석을 모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지난 총선에서 왕실모독죄 개정 등 진보적 공약을 앞세워 승리한 국민당 전신 전진당이 보수파의 비토로 총리 선출 투표를 통과하지 못하고 집권에 실패한 사례가 이번 총선 이후에도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낫타퐁 국민당 대표는 이날 방콕에서 투표를 마치고 국민당이 국민 지지를 얻을 것이라며 "국민의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투표하는 아누틴 태국 총리(방콕 EPA=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태국 동부 부리람주의 한 투표소에서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가 투표하고 있다.

반면 국민당과 1당을 다투는 품짜이타이당은 설령 국민당보다 적은 의석을 얻더라도 집권할 가능성이 작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왕실과 군부 등 보수 세력의 탄탄한 지지를 업은 데다 지난 총선 이후 프아타이당 연정에 참여하는 등 노련하고 유연한 협상력을 가진 아누틴 총리의 존재 때문이다.

아누틴 총리는 이날 품짜이타이당의 본거지인 동부 부리람주에서 투표한 뒤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억지로 바꿀 수는 없다"면서 "사람들이 부디 우리를 신뢰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투표하는 태국 프아타이당 총리 후보(방콕 로이터=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의 한 투표소에서 욧차난 웡사왓 프아타이당 총리 후보가 투표하고 있다.

프아타이당은 2001년 탁신 전 총리의 집권을 시작으로 지난 여섯 차례 총선에서 2023년 총선을 제외하고 다섯 차례 1당에 오른 바 있다.

그러나 작년 태국-캄보디아 국경 교전 사태 등의 영향으로 동부 농촌 지역 등 프아타이당의 핵심 지지 지반이 흔들려 이번에 1당 탈환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선거 결과에 따라 '킹메이커' 역할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탁신 전 총리의 조카인 욧차난 웡사왓(47) 프아타이당 총리 후보는 방콕에서 투표한 뒤 "오늘날 태국은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 총선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주요 3당을 비롯한 여러 정당이 연정 구성을 위해 복잡한 합종연횡을 거듭할 가능성이 크다.

투표에 나선 유권자들은 침체한 경제 살리기, 캄보디아와 교전 사태에 따른 안보 불안 해소 등 다양한 바람을 내비쳤다.

방콕에서 투표한 48세 간호사는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에 "지금 생계비가 사상 최고 수준"이라면서 "국민의 바람을 따르고 국민 민생을 개선할 수 있는 새 총리가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와 접한 부리람주의 한 투표소에서 가장 먼저 투표한 64세 유권자는 AFP 통신에 "여기 살면서 국경 무력 충돌 때문에 불안해졌다"며 "우리 주권을 수호할 강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총선 이후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경제 부진과 급속한 인구 고령화 등 구조적인 난관에 부닥친 태국 국가 시스템을 되살리는 어려운 과제를 떠맡게 된다.

태국은 2023년 총선 이후 2년여 동안 프아타이당 소속 세타 타위신 총리와 탁신 전 총리 딸인 패통탄 친나왓 총리가 보수파의 아성인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잇따라 해임되는 정치 혼란을 겪어왔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는 진보파가 주장해온 개헌 추진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도 함께 실시된다.

개헌 필요성을 묻는 문항에 찬성하는 유권자가 과반이 되면 의회는 헌법안 작성 과정의 틀과 원칙을 정하고 이에 대한 찬반 국민투표를 다시 거친다.

이 2차 국민투표도 통과하면 새 헌법안이 마련되고 이를 승인하는 최종 3차 국민투표를 거치는데 최종 개헌까지는 최소 2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jh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권리침해, 욕설, 특정 대상을 비하하는 내용,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 등을 게시할 경우 운영 정책과 이용 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하여 제재될 수 있습니다.

권리침해, 욕설, 특정 대상을 비하하는 내용,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 등을 게시할 경우 운영 정책과 이용 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하여 제재될 수 있습니다.

인기순|최신순|불타는 댓글|
태국 총선 투표 실시…진보-보수-포퓰리즘 3파전 치열(종합) (연합뉴스) - 나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