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아르헨, 미국내 제3국 출신 불법체류자 수용 美와 협상"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최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미국 정부가 제3국 출신 이주민을 아르헨티나로 추방·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협정을 양국 간 협상 중이라고 보도하면서 아르헨티나 현지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NYT는 미국 정부 관계자와 내부 문서를 인용해 미국과 아르헨티나가 이른바 '제3국 추방 협정(third-country deportation agreement)' 체결을 놓고 작년 1월부터 협상을 진행해 왔으며, 최근 구체적인 논의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협정은 미국 내 불법 체류 중 적발된 제3국 출신 이주민을 아르헨티나로 이송한 뒤, 아르헨티나가 이들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항공편을 제공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행정부 간에 진행 중인 포괄적 외교 협상 패키지의 일부로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 미국 정부 측 익명 소식통의 설명이다.
NYT는 미국 정부 문서를 근거로, 아르헨티나 외교정책 담당 차관 대행인 후안 나바로가 이달 초 협정을 위한 제안을 제시했으며, 파블로 키르노 아르헨티나 외교장관도 해당 협정에 서명할 의사를 미국 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다만 아르헨티나 외교부는 진행 중인 협상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으며, 미국 국무부 역시 관련 질의에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고 NYT는 덧붙였다.
이 같은 보도가 아르헨티나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현지에서는 즉각적인 반발이 일었다.
밀레이 정부는 최근 두 달간 약 5천 명의 이주민을 대상으로 추방, 입국 불허, 체포, 송환 등 강도 높은 이민 단속을 벌여 '역사상 최대 규모'라고 자평해 왔으나, 여권 지지층 내부에서도 "왜 미국이 추방한 불법 이민자를 아르헨티나가 받아야 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밀레이 대통령은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가짜 뉴스"라며 "국내외 좌파 성향의 황색 언론 선동에 휘둘리지 말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설령 협정이 추진되고 있더라도 단기간 내 실행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 아르헨티나 정부가 강도 높은 예산 삭감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주민 수용 및 이송에 따른 재정 부담과 관련 인프라 부족, 국내 여론 반발, 기존 이민 제한 정책과의 충돌 등이 현실적인 장애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협정이 실제로 체결될 경우, 아르헨티나는 이미 미국과 유사한 합의를 맺은 파라과이, 에콰도르 등 일부 남미 국가들의 뒤를 잇게 된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3국 추방 협정에 대한 의존도를 점차 높여 왔다. 이러한 협정은 외교 관계가 취약하거나 여행 서류 확보가 어려워 본국 송환이 쉽지 않은 국가 출신 이주민을 제3국을 통해 추방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sunniek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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