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뚫은 '론스타 완승' 김갑유 변호사 "일관된 대응, 국가 승리"(종합)
한국 정부 대리하며 승소 이끈 피터앤김 김갑유 변호사…국제중재 '대표' 베테랑
"여러차례 정권 바뀌었지만 국익 위해 합리적 결정…국제적으로 자랑스러워할만"
태평양 김준우 변호사도 "일관성 있는 분쟁 전략 주효"…법조계선 "국익 지켜내"


(서울=연합뉴스) 한주홍 이미령 이도흔 기자 =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론스타와의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한국 정부를 대리한 김갑유 대표변호사(법무법인 피터앤김)는 이번 승소 결정을 두고 "여러 차례 정권이 바뀌었지만 한국 정부가 일관되게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렸다는 점을 인정받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기업과 국가 사이의 국제 분쟁을 중재하는 데 매진해온 국내 국제중재 분야의 '1세대'이자 대표적 변호사로 통하는 베테랑이다. 여러 국제중재기관의 룰과 운영 구조에 대한 이해, 영어 구사력 등이 필요한 업무 분야 특성상 전문가는 손에 꼽힌다.
김 변호사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취소위원회가 우리 정부의 손을 들어준 결정적 판단 배경으로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당시 금융위원회가 가격 인하를 압박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3년 전 중재판정부가 하나금융과 론스타 간 국제상업회의소(ICC) 판정문을 증거로 이와 달리 결론 내린 건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김갑유 변호사는 1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금융 규제나 조세 측면에서 같은 이슈를 가진 만큼 이번 소송은 모든 OECD 국가가 관심을 가진 사건이고 그런 부분에서 선구적인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사건을 13년간 대리하면서 여러 차례 정권이 교체되고 2명의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지만 결국 그동안 우리 정부가 일관성을 유지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했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이라면서 "국제적으로 자랑스러워할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격변기를 거치는 동안에도 정부 부처 수백명의 담당자가 법과 원칙을 갖춘 시스템에 따라 국익을 위해 노력하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했다는 점에서 "이게 대한민국의 힘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고 김 변호사는 전했다.
김 변호사는 이번 ICSID 결정에 대해 "제일 중요한 건 금융위가 (외환은행에 대한) 가격 인하 압박을 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 8월 ICSID 중재판정부는 론스타 측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2억1천650만 달러와 이자를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금융위가 가격 인하를 위해 하나금융 매각 승인을 지연시켰다는 론스타 측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인 것이었다.
당시 중재판정부는 별도로 진행된 하나금융과 론스타 간 국제상업회의소(ICC) 상사중재 판정문을 증거로 채택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
김 변호사는 "중재판정문은 해당 ICC 판정문을 증거로 썼지만 ICC 사건에는 대한민국이 참여하지도 않았고 금융규제는 주요하게 다뤄진 쟁점도 아니었다"며 "한정된 정보를 갖고 쓴 ICC 판정문을 증거로 썼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해당 ICC 판정문을 주요 증거로 채택해서는 안 됐고, 증거로 이용하더라도 그에 대한 반론 기회를 줘야 했지만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이번 ICSID 취소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여 "적법절차 원칙의 중대한 위반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김 변호사는 또 "권한을 벗어나 해당 ICC 판정문을 위법하게 이용했다는 점에서 '권한유월'(가진 권한을 초과해 행사하는 것), ICC 판정문을 제외하고는 결정의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이유불비'(판결 이유가 없거나 혹은 부족하거나 불명확한 것) 등의 주장도 모두 인정됐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런 점을 모두 고려할 때 "이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워낙 엄격하게 본다는 걸 알고 있어서 '사법시험 합격률이 낮으니 합격하지 못할 듯한 느낌'과 같은 불안감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ISDS 전부취소 인용률은 1.6%, 부분취소를 포함한 인용률은 5%에 불과하다.

그는 소송 대리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을 묻는 말엔 "국가 예산을 사용해서 소송을 진행한다는 면에서 아주 타이트한 관리가 요구돼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서도 "대한민국의 정당한 이익을 보호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김 변호사는 서울대 법학과 81학번으로 하버드대 로스쿨도 졸업했다. 사법시험 26회에 합격했으나 서울법대 대학원 공부를 1년 하고 들어가 사법연수원은 17기로 수료했다. 미국·영국 로펌을 거쳐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국제중재에 특화된 부띠끄로펌 피터앤김을 세웠다. 한국인 최초로 국제상업회의소(ICC) 부원장에 선임됐고 세계은행국제투자분쟁센터(ICSID)를 비롯해 싱가포르·홍콩 국제중재센터 중재인 등 각종 국제기구의 중재인으로 활동 중이다.
이번 승소 판정의 또 다른 주역인 법무법인 태평양의 김준우 변호사는 "중재과정에서 지난 13년간 법무부 등 정부 각 부처와 국내외 대리인이 원팀으로 완벽한 협업을 이뤘다"며 "분쟁 장기화로 정부 담당자가 바뀌는 동안에도 정보와 자료를 공유하고 일관성 있는 분쟁 전략을 유지한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외부에서 언뜻 봤을 때 어려워 보이는 사건이라도,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치밀하게 파고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다시 확인되어 기쁘고, 특히 국가의 중요한 이익을 지키는 데에 힘을 보탤 수 있어 큰 영광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법조계에선 이번 승소를 두고 예상치 못한 쾌거라는 반응이 나온다.
김샘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해외중재 판정은 사실상 항소 기회가 많지 않다. 중재 결정문은 파이널(최종적)이어야 하는게 맞고 아주 특별한 사유에서만 취소할 수 있게 돼있다"며 "특정한 이유가 아닌 이상 존중을 해줘야 하고 취소를 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영석 로제타 법률사무소 변호사 역시 "중재판정 취소는 법원 판결에 대한 재심에 비유하면 된다"며 "(소송 제기 당시에는) 워낙에 (인용이) 잘 안 되는데 '이런 큰 소송에서 그런 중대한 위반이 있었겠냐'는 정도의 의견이 있었던 것 같다. 그만큼 (인용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론스타의 추가 법적 대응 가능성은 두고는 "론스타한테는 시간적·비용적으로 굉장히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도 "분쟁가액 자체가 워낙 크다 보니 만약 절차적 문제가 아닌 본질(substance)에 대해 본인들이 유리하다고 생각이 되면 다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는 할 것 같다"고 예측했다.
안정혜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국제법무팀장)도 "3년 전에 항소한다고 했을때 해외중재 업계에선 '이자랑 소송 비용만 나가지 않을까'하고 많이 우려했다"며 "'굉장히 이례적이다. 황당하고 충격적이다'고 이야기들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는 대한민국 국익이 굉장히 크게 지켜졌고 우리 역사상 가장 재정적으로 큰 이익을 준 그런 판정 같다"며 "현명한 정치적 결단을 통한 국익 보전이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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