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나온 尹, 공수처 검사와 언쟁…"그런 식으로 수사하냐"(종합)

(서울=연합뉴스) 한주홍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7일 재판에서 지난 1월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와 집행 과정의 적법성을 놓고 목소리를 높이며 언쟁을 벌여 재판부 제지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백대현 부장판사)는 이날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속행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지난 1월 3일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관처 진입을 시도했던 박상현 공수처 부부장검사가 증인으로 나왔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대통령 관저에 가기 위해 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주소지를 지나갔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부부장검사는 "관저가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그 길밖에 없어서 지나갔을 것"이라며 "주소지로 도달하기 위해 지나간 것이지 수색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이 끼어들어 "여기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걸어 다니는 도로 사유지도 아니고, 군사시설보호구역"이라며 "명백히 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곳을 수색한 거다. (관저가) 무슨 일반 도로 사유지냐. 그런 식으로 수사하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박 부부장검사는 "수사 목적으로 그 자리를 지나간 것이고, 같은 주장을 체포적부심에서도 하셨지만, 그런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맞받았다.
윤 전 대통령은 "그 지역은 영장 기재 지역이 아니고 만약 거기서부터 영장을 집행했다면 그건 영장에 없는 지역으로 집행한 게 된다"며 "영장 집행이 아니라 그냥 지나가기 위한 거라면 거기는 군사시설보호구역, 경호구역이라 무조건 경호처장 승낙 없이는 (출입이) 안 되는 거라 (박 전 처장이) 막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공방이 이어지자 재판부는 "증인과 법리적 문제로 논쟁하려고 하지 말라"며 "판단은 저희가 하겠다"고 제지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한 데 대해서도 직접 발언했다.
그는 "내란 관련 사건은 다 서울중앙지법으로 갔지 않냐. 이 케이스는 내란 우두머리 제일 중요한 메인 사건인데, 이걸 굳이 서울서부지법에 할 필요가 있느냐"며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하는 게 정상 아니냐"고 질문했다.
그러자 박 부부장검사는 "이 사건 전에도 다른 법원에서 발부받은 사례가 있고, 검찰과는 구조가 다르다"며 "공수처법에 따라 적법하게 영장을 청구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증인으로 출석한 박종준 전 경호처장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둔 당시 상황에 대해 증언했다.
그는 "경호처 내부적으로도 염려했다"며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 등이 경찰에서 소환 요청을 받자 다들 긴장했다. '나도 형사처벌이 되는 것 아닌가' 하면서 동요했다"고 전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은 지난 1월 3일 경호처의 저지로 한 차례 불발된 뒤 같은 달 15일 2차 시도 끝에 이뤄졌다.
내란 특별검사팀이 "당시 경호처 직원들이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면 공무집행방해일 수 있다고 인지했느냐"고 질문하자, 박 전 처장은 "서울서부지법이 체포영장 이의신청을 기각하고, 영장을 발부한 맥락에 따라 법적 대응이 잘못됐다고 생각했고 상당히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고 답했다.
그는 당시 윤 전 대통령 측에 체포영장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지만, 윤 전 대통령의 입장은 완강했다고 돌아봤다.
박 전 처장은 "간부들과 직원들의 마음이 흔들리고, 심리적으로도 어려움을 겪는데 2차 체포영장 집행까지 버티라고 할 명분이 없었다"며 "윤갑근 변호사에게 (이런 상황을) 말했지만, 답변은 부정적이었다. '변호인단은 변호인단의 법적 노력이 있고, 경호처는 경호처의 본분이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반대신문에서 윤 전 대통령이 직접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박 전 처장에게 "윤 전 대통령의 지시란 게 공수처를 막으라는 게 아니었고, 영장 내용이 위법이라는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해 경호처가 업무를 수행한 게 아니냐"고 물었고, 박 전 처장은 "네"라고 답했다.
비화폰의 서버 기록을 삭제하는 데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는 박 전 처장은 당시 비화폰의 '원격 로그아웃'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증언도 했다.
박 전 처장은 "지난해 12월 9일 또는 10일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이 저에게 여인형·곽종근·이진우 전 사령관의 보안폰이 검찰에 제출돼 '사고폰'으로 규정해서 빨리 조치해야 한다고 했다"며 "원격 로그아웃을 해서 비화폰들이 더 이상 현출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IT 부서 지원본부장 검토 후 '원격 로그아웃을 하면 수사기관에서 볼 수 없고, 수사 방해로 저희를 공격할 수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그래서 '손대지 말아라. 이 때문에 어려움에 빠지면 안 된다'고 이 부분에 대해 일체 이야기하지 말라고 중단시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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