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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신비 불러일으키는 현의 진동…서울국제음악제 폐막 공연

연합뉴스입력
한일 수교 60주년 기념 다케미쓰 도루 '가을의 현' 초연 브루흐 협주곡·라흐마니노프 교향적 무곡으로 흥 돋워
2025 서울국제음악제 폐막공연[서울국제음악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국내 대표 클래식 축제 2025 서울국제음악제(SIMF)가 가을날 신비스러운 분위기와 춤곡의 흥겨운 리듬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국제음악제 폐막 공연이 열렸다.

지휘자 키릴 카라비츠가 이끄는 SIMF 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올랐다. 카라비츠는 본머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로 지난해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국내 관객을 만난 바 있다.

이번 공연은 한일 수교 60주년을 기리는 음악회이기도 했다. SIMF 오케스트라는 이를 기념해 일본 현대음악의 거장 다케미쓰 도루의 '가을의 현'(A String Around Autumn)을 국내 처음으로 선보였다. '가을의 현'은 비올라 협주곡으로 1989년 작곡됐다. 일본의 오오카 마코토가 쓴 동명의 시(詩)로부터 제목이 유래됐다.

협연자로는 비올리스트 박하양이 올랐다. 박하양은 일본 도쿄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연주자로, 이 곡을 초연한 세계적인 비올리스트 이마이 노부코의 제자다.

박하양과 SIMF 오케스트라는 가을날의 신비스러운 정취를 불러일으켰다. 관악기 등의 낮고 깔리는 음들이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예상치 못하게 일격처럼 내리치는 합주는 그런 분위기를 끊어내며 인상을 남겼다. 관악기마저 날카롭고 얇은 소리를 내며 오케스트라 전체가 현의 소리를 모방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카라비츠와 박하양은 연주가 멈춘 뒤에도 오랫동안 자세를 유지하며 여운을 남겼다.

2025 서울국제음악제 폐막공연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국제음악제 폐막공연에서 비올리스트 박하양이 연주하고 있다. 2025.11.06. [서울국제음악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이어 무대에 오른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과 비올리스트 김상진은 SIMF 오케스트라와 함께 브루흐의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협주곡'으로 매력적인 현의 소리를 들려줬다. 두 연주자는 선율을 주고받고 한쪽이 다른 한쪽을 뒷받침하며 곡을 끌어나갔다. 화려한 춤을 추는 듯한 연주는 앙코르곡에서도 이어졌다. 송지원과 김상진은 할보르센이 편곡한 헨델의 '파사칼리아'에서 정열적인 속주로 관객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SIMF 오케스트라는 마지막 곡으로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적 무곡'을 들려줬다. 오케스트라는 센 연주와 여린 연주 간의 대비를 명확히 하는 방식으로 라흐마니노프의 매력적인 춤곡 리듬을 이어갔다. 카라비츠는 큰 동작으로 웅장한 마무리를 빚어냈다.

카라비츠와 오케스트라는 앙코르곡으로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으로 유명한 히사이시 조의 '인생의 회전목마'(Merry-Go-Round of Life)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피치카토 폴카'를 연주하며 여드레 동안 이어진 축제를 마무리했다.

2025 서울국제음악제 폐막공연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국제음악제 폐막공연에서 비올리스트 김상진(왼쪽)과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이 연주하고 있다. 2025.11.06. [서울국제음악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주한일본대사 미즈시마 코이치는 이날 공연 뒤 열린 리셉션에서 "일본 비올리스트 이마이 노부코의 가르침을 받은 한국인 비올리스트 박하양이 ('가을의 현'을) 연주한 것은 한일 양국 간의 문화적 교류를 상징한다"며 "이런 종류의 협업이 지속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성준 서울국제음악제 조직위원장은 "내년 서울국제음악제는 더 큰 도전을 향해 나아간다"며 "범아시아 프로젝트를 통해서 아시아 각국의 뛰어난 클래식 음악인들을 한데 모아서 한 차원 높은 서울국제음악제 오케스트라로 재탄생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5 서울국제음악제 폐막공연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국제음악제 폐막공연에서지휘자 키릴 카라비츠와 SIMF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5.11.06. [서울국제음악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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