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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자민·공명, 26년만에 갈라섰다…다카이치 총리 선출 불투명(종합2보)

연합뉴스입력
기업 후원금 이견으로 협력 종지부…상대에게 책임 돌리며 각각 '유감' 표명 '정계 개편 신호탄' 주목…자민당은 새파트너 찾고 제1야당은 야권 결집 시도할듯
다카이치 자민당 총재(오른쪽)와 사이토 공명당 대표(도쿄 지지·EPA=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와 사이토 데쓰오 공명당 대표가 회담 전 촬영에 응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1999년부터 지속된 일본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 공명당 연합이 강경 보수 성향인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자민당 총재 등장으로 26년 만에 무너졌다.

공명당이 민주당 집권 시기를 제외하고 사반세기 동안 참여했던 연립 정권에서 이탈하면서 다카이치 총재는 내각 출범 전부터 큰 위기에 놓였다. 자민당이 독자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정계 개편의 본격적인 신호탄이 될지도 주목된다.

교도통신과 NHK 등에 따르면 자민당과 공명당은 10일 연립 정권 구성을 둘러싸고 협의를 진행했으나 기업·단체의 헌금(후원금) 규제 강화 부문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다카이치 총재와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회담 이후 불만을 쏟아내며 협력 관계가 무너진 이유가 상대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사이토 대표는 "정치자금에 관한 기본자세에서 의견 차이가 있었다"며 후원금 문제에 대한 자민당 태도가 미흡해 매우 유감스러웠다고 밝혔다.

그는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에 대한 전모가 드러나지 않았으며, 의원 비서가 기소된 사안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비자금에 연루됐던 하기우다 고이치 의원을 자민당 간사장 대행으로 임명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이토 대표는 자민당과 연합에 대해 "일단 백지화하고 지금까지 관계를 일단락 짓겠다"며 더는 자민당과 함께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는 이번 총리 지명선거에서 공명당 의원들이 자신을 찍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다카이치 총재는 공명당이 연립 정권에서 이탈한다는 방침을 일방적으로 전달했다면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역시 말했다.

그는 당내 절차가 있어 정치자금 문제에 대한 답을 보류했고, 다음 주에 재협의를 하자고 제안했으나 사이토 대표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사이토 대표가 "누가 (총재로) 선출됐어도 (연립 이탈은) 같다"고 말했다며 자신이 총리로 지명될 수 있도록 임시국회 소집일까지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공명당은 다카이치 총재가 취임한 이후 야스쿠니신사 참배, '비자금 스캔들' 대응, 과도한 외국인 배척 등 3가지 문제점을 지목하며 해결책을 요구했다.

사이토 대표는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외국인 문제에 대해서는 "상세한 설명이 있어 인식을 공유할 수 있는 곳이 많이 있었다"고 평가했으나, 정치자금 규제 문제에서는 양측 이견이 좁히지 않았다.

다카이치 총재는 전날 NHK에 출연해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했으나 결실을 보지 못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지지 EPA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자민당·공명당 연합이 깨졌지만,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에서 자민당은 여전히 제1당이다. 총리 지명선거는 중의원과 참의원이 각각 실시하며 결과가 다를 경우 중의원 결과를 따른다.

중의원 정당별 분포를 보면 총 465석 중 자민당 196석, 입헌민주당 148석, 일본유신회 35석, 국민민주당 27석, 공명당 24석 등이다.

만일 각 정당이 자당 대표에게 투표한다면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로 선출된다.

다카이치 총재는 새 연정 구성을 위해 국민민주당이나 유신회에 접근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들이 합류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입헌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정권 교체 호기로 보고 야권 결집을 호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사히신문은 "국회가 매우 복잡한 상황에 빠졌다"며 "실현 가능성은 작지만, 다카이치 총재가 새 총리로 선출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짚었다. 입헌민주당, 유신회, 국민민주당, 공명당이 단결하면 중의원 과반이 된다.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은 종교단체인 창가학회가 모체다. 그동안 자민당의 보수적 정책을 어느 정도 제어하는 역할도 해 왔다.

자민당과 공명당은 그동안 선거에서도 협력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작년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명당이 협력하지 않았다면 자민당 지역구 의원 132명 중 25명이 낙선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역구에서 이른바 '공명당 표'는 2만 표 정도이고, 자민당 후보가 야당 후보와 접전일 경우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교도통신은 자민당이 총리 지명선거 등이 치러질 임시국회를 이달 20일이나 21일에 소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새 총리는 이달 26일부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외교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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