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T/과학

[AI 돋보기] AI가 쓴 '추석 인사말'…정성일까 형식일까

연합뉴스입력
명절 AI 메시지 서비스 확산…"편리하지만 진심 없어" 지적도
챗GPT(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가족과 함께 따뜻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올해 추석에 당신이 받은 무난하지만 매끄러운 메시지는 혹시 누군가 직접 쓴 게 아닐 수도 있다.

사람 대신 인공지능(AI)이 대신 보낸 '인사말'일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단 몇 개의 키워드만 입력하면 순식간에 완성도 높은 메시지를 뚝딱 만들어내는 AI 서비스가 명절 풍경에 스며들고 있다.

휴대전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 명절에 낯설지 않은 AI 생성 메시지

챗GPT 등 대규모 AI 모델은 물론 국내 주요 포털과 메신저 앱까지 인사말 자동 생성 기능이 탐재되면서 '추석 인사말', '부모님께 감사 메시지'와 같은 간단한 요청만으로도 멋진 문장이 탄생한다.

최근에는 카드 이미지나 이모티콘까지 함께 만들어주는 서비스가 등장하며 활용도가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직장인 조모 씨는 "평소 연락하기 어려운 거래처나 상사에게 보낼 때 격식과 부담 없는 표현을 찾느라 애먹었는데 AI가 제시해주는 문장을 참고하니 훨씬 수월하다"고 말했다.

AI는 급성장 중[연합뉴스TV 제공]

실제로 카카오톡, 네이버 앱 등에서 제공하는 추천 문구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약간만 수정해 쓰는 사례가 흔해졌다.

AI를 활용해 메시지를 보낸다는 직장인 윤모 씨는 "바쁜 일정 때문에 가족, 친지들에게 일일이 안부 문자를 보낼 시간이 없었다"며 "AI로 메시지 초안을 만들고 조금만 수정하면 시간을 크게 아낄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구글의 차세대 대규모 언어모델 '제미나이'[구글 제공]

◇ 'AI 공장형 문구'에 엇갈리는 반응

편리함 덕분에 2030 세대 사이에서는 AI가 만든 인사말을 단체 채팅방에 올려 시간을 절약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나이가 지긋한 어른 세대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고령자 커뮤니티에서는 "요즘 젊은이들한테 오는 메시지는 다 비슷비슷하다. 정성이 부족한 것 같다. 마치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느낌이 들어 서운할 때도 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실제로 AI가 만드는 문장은 문법적으로 완벽하지만 개인적 경험이나 추억이 담기지 않아서 획일적이다.

예를 들어 "작년 추석에 A씨 집에서 함께 송편 만들던 기억이 납니다"와 같은 개인적인 이야기는 AI가 스스로 만들어낼 수 없기에 비슷한 표현이 반복되기 쉽다.

◇ 전문가 "도구는 AI, 진심은 사람이 더해야"

전문가들은 AI의 역할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글쓰기에 자신 없는 사람도 기본적인 메시지 틀을 갖출 수 있게 도와주고 존칭이나 격식 표현 실수를 줄여준다는 것이다.

"풍요롭고 즐거운 명절 보내시길 바랍니다"와 같은 기본적인 틀을 다양한 버전으로 빠르게 생성할 수 있다. 비즈니스 관계에서는 오히려 '실수 없는 무난함'이 장점이 되기도 한다.

언어학자들은 AI가 초안을 제공하는 도구라면 최종 메시지에는 사람의 진심이 담긴 한두 마디를 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디지털 문화 연구자들도 AI가 언어적 장벽을 낮추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인간적 교류의 본질은 결국 사람이 채워야 할 몫이라고 강조한다.

이제 추석 인사말을 AI에 맡기는 현상은 낯설지 않다.

AI는 편리함을 선사하지만 메시지를 받은 이가 느끼는 따뜻함은 결국 인간의 몫이다.

AI가 짜준 형식적인 틀에 개인의 기억과 감정을 한두 줄 더할 때 AI 기술은 명절의 정을 돕는 든든한 조력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president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권리침해, 욕설, 특정 대상을 비하하는 내용,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 등을 게시할 경우 운영 정책과 이용 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하여 제재될 수 있습니다.

권리침해, 욕설, 특정 대상을 비하하는 내용,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 등을 게시할 경우 운영 정책과 이용 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하여 제재될 수 있습니다.

인기순|최신순|불타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