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 vs '거부'…트럼프 종전 구상에 고심하는 하마스(종합)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 평화 구상'을 받아 든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에 편향된 조항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지만, 2년간 계속된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CBS방송은 30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하마스가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수용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는 금명간 이 같은 입장을 중재역을 맡고 있는 카타르와 이집트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하마스 내부에선 가자지구의 군사 조직을 중심으로 강경한 목소리가 작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팔레스타인 무장 조직 하마스는 사실상 두 개의 체제로 운영된다.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공식적으로는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집단지도체제이지만, 가자지구의 하마스 군사 조직은 사실상 독립 기구에 가깝다.
영국 BBC에 따르면 하마스의 한 고위인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대해 "이스라엘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팔레스타인 주민의 이익은 무시했다"고 평가절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 중 하마스 내 강경파가 가장 크게 문제로 삼는 대목은 무장 해제와 무기 반납 요구다.
무장 해제와 무기 반납은 예전부터 각종 협상 테이블에 올랐던 방안이다.
그러나 하마스는 조직의 정체성과 같은 무장 저항을 포기할 경우 내부 반발과 가자지구에서의 영향력 감소 가능성을 우려해 이를 거부해왔다.
또한 하마스는 아랍 국가 등을 중심으로 국제안정화군(ISF)을 만들어 가자지구의 치안과 국경 안보를 맡기겠다는 구상에 대해서도 반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72시간 이내에 생존·사망자를 포함한 모든 인질을 석방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질은 하마스가 지닌 유일한 협상 카드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인질을 넘겨받은 뒤 하마스를 상대로 군사 작전을 재개할 수 있다는 불신도 적지 않다.
실제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구상에 동의한다면서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계속 주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가자지구의 하마스 군사 조직 '알카삼 여단'을 이끄는 이즈 알딘 알하다드는 트럼프 구상을 거부하고 항전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하마스 입장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무작정 반대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구상을 거부할 경우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쟁이 계속된다면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마스가 외교적으로 고립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이집트 등 아랍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일제히 환영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가자지구 주민들의 여론도 하마스에 유리하지 않다.
2년 가까이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자지구에선 하마스가 트럼프 구상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을 지닌 주민들이 적지 않다.
팔레스타인 언론인 파티 사바흐는 BBC에 "가자지구 주민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고, 지금 당장 휴전을 원한다"며 "설령 트럼프 구상이 이스라엘의 이익을 대변하고 함정이 있더라도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요르단강 서안지구 일부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도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구상을 공식적으로 지지했다.
PA는 팔레스타인 통치권을 놓고 하마스와 경쟁 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테러 이후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지금까지 6만6천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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