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선박 서해 NLL 침범…오성홍기 달고 中 선박인척 위장도(종합2보)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김철선 기자 = 북한 상선이 26일 새벽 서해 백령도 서북방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다가 우리 군의 경고사격에 퇴거했다.
이 선박은 오성홍기를 다는 등 중국 국적 배인척 속이려 한 정황도 군 당국은 포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 상선 덕성호는 이날 오전 5시 6분께 서해 백령도 서북방 약 50㎞ 지점에서 NLL 이남 약 5㎞를 침범했다.
군 당국은 덕성호가 NLL에 접근할 때부터 동향을 주시하고 있었으며, 반복된 경고통신에도 NLL을 침범하자 경계작전 중이던 대구급 호위함(2천800t급)인 천안함이 기관총과 함포로 약 7회에 걸쳐 총 60여발을 경고 사격했다.
덕성호는 우리 군 경고사격에 서쪽으로 항로를 틀어 오전 6시께 퇴거했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덕성호는 선체가 140m 규모의 대형 화물선으로, 북한의 항구에서 출항한 것으로 파악됐다.
군 당국은 덕성호가 고의로 NLL을 침범했을 가능성은 작다고 일단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관계자는 "당시 중국어선 10여척이 NLL 근처에 있었다"며 "중국어선을 피하기 위해 항로를 변경하다가 NLL을 넘었을 가능성도 있어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덕성호는 NLL을 침범한 뒤 중국 국적 선박으로 위장하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합참 관계자는 "덕성호가 NLL 침범 이후 선박자동식별장치(AIS)에서 자신의 국적을 북한에서 중국으로 임의로 변경했다"며 "NLL 침범 이후 우리 측 함정이 가까이 가보니 덕성호가 오성홍기를 달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간에 자기 명찰을 바꿔 단 것으로, 국적을 속이려 한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덕성호가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NLL 침범에 우리 군이 대응에 나서자 뒤늦게 중국 국적 선박으로 속이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수역은 공해로, 북한 선박과 달리 중국 선박은 자유롭게 지날 수 있다.
덕성호는 우리 군의 경고통신이나 경고사격엔 반응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현재까지 이 사건과 관련해 북한군의 특이동향은 식별되지 않는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합참은 "우리 군은 북한 동향을 면밀하게 감시하면서 작전수행 절차에 의거해 대응했다"며 "대비태세를 확립한 가운데 어떠한 상황에도 단호히 대응해 NLL을 수호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선박의 NLL 침범은 2022년 10월 24일 이후 약 2년11개월만이다.
당시 북한 상선 무포호는 새벽 시간대에 서해 백령도 서북방 NLL 이남 3.3㎞까지 약 40분간 침범했다. 우리 군은 M60 기관총으로 20발 경고사격을 실시했고, 이에 무포호는 항로를 변경해서 NLL 이북으로 올라갔다.
북한군은 그 직후 한국 해군이 "선박 단속을 구실로 백령도 서북쪽 20㎞ 해상에서 아군 해상군사분계선을 2.5∼5㎞ 침범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이 주장하는 '해상군사분계선'은 NLL보다 최대 6㎞ 남쪽에 북한이 임의로 설정한 선으로, 남측과 국제사회가 인정하지 않는 개념이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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