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광폭 외교행보…중국에는 외무상·유엔에는 부상 동시 파견
최선희 27∼30일 중국 방문…김선경 부상 29일 유엔서 연설
中전승절서 북중러 연대 과시 후 공세적 외교…내달 북-베트남 정상회담도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해 북중러 연대를 과시한 이후 북한의 외교적 행보가 빨라지는 분위기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이번 주말 중국을 방문하고, 비슷한 시기 김선경 외무성 부상은 유엔으로 향한다.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톈안먼 망루에 나란히 선 자신감을 바탕으로 공세적 외교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25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27∼30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 초청으로 방중한다고 발표했다.
2022년 6월 취임한 최 외무상의 단독 방중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북러 밀착을 심화하는 데 공을 들였던 최 외무상이 외무상 자격으로 러시아 이외 국가를 단독 방문하는 것은 중국이 처음이다. 방중 기간이 나흘로 길어 시진핑 국가주석을 예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 외무상은 왕이 부장과 이달 초 베이징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의 후속 조처를 논의하는 한편, 다음 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예상되는 시진핑 주석의 방한과 미중 정상회담 등을 앞두고 전략적 소통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목표 포기를 전제로 미국과 대화할 수 있다는 의향을 보인 상황이어서 북중 간에 관련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미국과 비핵화가 아닌 군축을 의제로 한 대화를 원하고 있는데, 만약 성사된다면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지형에 상당한 변화가 수반될 가능성이 커 중국 입장에서도 큰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비슷한 시기 국제기구 담당인 김선경 외무성 부상이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지구 반대편 뉴욕으로 향한다. 이날 베이징 공항에서는 김 부상으로 보이는 인물이 TV 카메라에 포착됐다. 그는 조만간 베이징을 출발해 뉴욕으로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본부에서 파견한 북한 고위 외교관이 유엔총회에서 연설하는 것은 2018년 당시 리용호 외무상 이후 7년 만이다.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에 이어 코로나19 팬데믹이 겹치면서 이후엔 유엔대표부 김성 대사가 연설했다.
김 부상은 29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연설에서 핵 문제는 물론 우크라이나전을 비롯한 국제문제에 대해 자국의 입장을 설파할 것으로 보인다. 연설자의 격을 유엔주재 대사에서 본부 부상으로 높여 메시지의 무게감을 더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 고위 인사가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하노이 회담 직전이던 2019년 1월 김영철 당시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 이후 처음이다.
그렇다 보니 북미 간 접촉이 이뤄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김선경 부상이 국제기구 담당임을 고려하면 가능성은 낮다.
북한은 중국·러시아와 유엔 이외로도 외교 스펙트럼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북한과 베트남 간 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내달 북한을 방문한다고 베트남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베트남 지도자의 최근 방북은 2007년 농 득 마인 당시 서기장이었다.
이와 함께 다음 달 10일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 행사에는 사회주의권 위주로 각국의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최근 취재진과 만나 "김 위원장이 중국 방문 후 최근에 내놓는 메시지는 대단히 자신감이 넘친다"며, "(북한이) 달라진 국제질서 속에서 본인들이 원하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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