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무비자 입국] ② 중국손님도 K컬처…K뷰티관 신설하고 '福' 증정품도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강애란 기자 = 3인 이상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游客)의 무비자 입국이 오는 29일부터 가능해지면서 유통가도 막바지 '유커 맞이'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뿐 아니라 K뷰티·패션·푸드·건강기능식 매장 등 외국인 관광객이 드나드는 곳마다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특히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과 코로나19 사태로 이중 타격을 입은 면세업계는 이번 무비자 단체관광 허용을 업황 회복의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다만 무비자 시행 초반부터 바로 체감할 정도로 중국 단체 관광객이 몰려올지는 중국 현지 모객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있다. 이에 유통과 화장품, 패션, 카지노, 호텔 등의 각 업계는 달라진 중국 단체관광객의 여행과 쇼핑 트렌드에 맞는 K컬처 체험 클래스나 연계한 특화 상품을 적극적으로 개발 중이다.

◇ 유통가, 외국인 관광 인프라 바탕에 '中 친화 마케팅' 강화
21일 유통·화장품·패션·관광·호텔·카지노 업계에 따르면 최근 K컬처 열풍으로 외국인의 방한이 늘어나자 유통업계는 이미 외국인 친화적인 쇼핑 환경을 조성해놓고 손님맞이에 나섰다.
주요 면세점과 백화점들은 알리페이·위챗페이·유니온페이 등 해외 간편결제 수단을 속속 도입해 결제 편의를 높였고, 다국어 안내·통역 서비스와 인공지능(AI) 통역 데스크를 설치해 언어 장벽도 낮췄다.
K뷰티 대표 채널인 CJ올리브영도 전국 매장에 외국어 가능 직원을 확충하고 부가세 즉시 환급 단말기를 도입했다.
이런 외국인 친화 인프라 위에 유통업계는 중국 단체관광객을 겨냥한 전략을 더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명동 본점에 연내 K뷰티관을 신설할 예정이다. 부산점에서는 지역 특화 기념품으로 한정판 K푸드 브랜드 '부산샌드'를 선보였다.
신세계면세점은 이달 말부터 외국인 고객 대상으로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면 빨간색 리유저블백에 한글·한자로 복(福)을 새긴 '포춘백'을 사은품으로 증정한다.
현대면세점은 웨이보, 위챗, 틱톡, 샤오홍슈 등 중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중국 고객들과 적극 소통하는 한편 명품 선호도가 높은 중국인 고객 특성에 맞춰 캐나다구스, 로에베 등 신규 명품 브랜드 매장을 잇달아 열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 '키네틱그라운드'에서 중국인 고객 한정으로 K패션 굿즈를 증정한다.
화장품 업계도 분주하다.
아모레퍼시픽[090430]은 다음 달 초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 '설화수 팝업스토어' 두 곳을 연다. 시내 면세점 설화수 매장도 재단장 중이다.
LG생활건강[051900]은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시기에 맞춰 전용 리플렛을 제작하고, 구매 금액 단위별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할 예정이다.
LG생활건강은 시내와 공항 면세점을 모두 방문해 구매한 고객에게 클렌징 정품을 증정하는 스탬프 행사도 기획하고 있다.
파라다이스 호텔은 중화권 고객을 대상으로 음악 페스티벌 티켓, 씨메르·원더박스 이용권을 포함한 패키지를 온라인 여행사를 통해 판매하는 등 적극적인 중화권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제주의 드림타워 복합리조트도 오는 25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위챗페이 프로모션으로 식음업장, 스파 등에 최대 22%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혜택을 강화한다. 제주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외국인 관광객 무비자(무사증) 입국이 허용된 곳으로, 육지 주요 거점 도시와 제주도를 연계한 패키지여행 상품이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중국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조치가 전국으로 확대되면 새로운 성장 동력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 중국 단체관광객 모객 경쟁 본격화…'고부가가치 단체 손님' 공략
면세업계는 또 고부가가치 단체 손님 잡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전 세계에서 미국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인기를 끌고 K컬처가 스며들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으나 면세업계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했다. 이는 중국 단체 관광객의 여행·소비 행태가 변화한 영향이 크다. 이들의 여행 트렌드가 단체에서 개인·소규모로, 쇼핑 트렌드는 면세점에서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로 옮겨가면서 면세점 매출 반등이 더딘 것이다.
면세업계는 특히 MICE(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등의 단체 수요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 말 신세계면세점이 중국 유제품 1위 업체 이리(伊利) 그룹의 장기 우수고객 1천109명을 유치한 것이 대표적이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광저우·칭다오 등 주요 도시를 돌며 현지 여행사 30여곳과 단체 관광객 유치 협력을 논의했고, 신라면세점도 중국 현지 사무소를 중심으로 MICE 성격의 단체 수요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단순 쇼핑보다 문화 체험을 원하는 수요가 증가하는 점을 고려해 체험 클래스나 K팝 공연과 연계한 K컬처 관련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090430]은 '도산 플래그십 스토어'와 '북촌 설화수의 집'에서 진행하는 인삼 클래스를 국·영·중문으로 운영하며 관광객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K팝 팬 미팅 중심의 대형 단체 고객 유치, 일일 투어 연계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현대면세점은 강남권 입지를 활용해 아쿠아리움 등 관광시설과 연계한 상품 개발을 검토 중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과거 중국 특수를 누렸을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져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지만 당장은 명확한 방향이 보이지는 않는 게 사실"이라며 "무비자 정책으로 인한 단체 관광객 증가 추이와 피드백 등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는 당장 이달 말부터 대규모 단체관광객이 몰려올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
면세업계가 집중 공략 중인 MICE 단체 관광객은 업무 성격이 강해 연휴 전후 수요가 적고, 가족 단위 단체관광 수요도 실질적으로는 개별관광에 가까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여행사 모객 상황을 봐도 한국 관광 상품이 크게 추가되지는 않았다"며 "무비자 시행 이후 상품이 늘어나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달 열린 한중 외교부 장관 회담과 오는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계기로 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시 주석이 방한하면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해제 분위기가 확산해 본격적인 단체관광객 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K컬처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한국 방문 수요도 늘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 속에 최근 여행과 소비 트렌드에 맞는 참신한 상품을 선보이면 긍정적인 성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chomj@yna.co.kr, ae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