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수사 '연어·술파티' 정황·묵살의혹…법무부 감찰지시(종합2보)

(서울=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법무부는 17일 대북송금 의혹 수사 때 진술 회유를 위한 이른바 '이화영 연어·술 파티' 의혹과 관련해 진상 조사한 결과, 실제 검찰 조사 과정에서 술과 음식 등이 제공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실태 조사에서 확인된 위법·부당 행위에 대해 감찰 착수를 지시했다.
법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2023년 5월 17일 수원지검 1313호 검사실 내 영상녹화실에서 '연어회 덮밥 및 연어 초밥'으로 수용자 이화영, 김성태, 방용철 등 공범들과 박상용 검사 등이 저녁 식사를 하는 과정에서 김성태 등이 종이컵에 소주를 마신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또한 ▲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검찰 조사에서 그가 원하는 외부 도시락과 음식이 수회 반입됐다는 의혹 ▲ 영상녹화실 및 '창고'라는 공간에서 수시로 김 전 회장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 공범들이 모여서 대화를 나눴다는 의혹 ▲ 쌍방울 직원이 수원지검 1313호 검사실에 상주하면서 김성태를 수발했다는 의혹 ▲ 현직 교도관이 박상용 검사의 조사과정에서 부적절한 조치에 대해 항의했다는 의혹 등도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전 부지사 등에게 제공된 외부 도시락 구입 비용을 쌍방울에서 계산하고, 공범 간 부적절한 접촉을 허용하는 등 관련 규정이 위반된 가능성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4월 수원지검의 조사 결과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앞서 수원지검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사건 관련자들을 회유하기 위해 조사실로 술과 외부 음식을 반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이에 대한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조사 참여 변호사, 교도관(38명), 김성태 등 쌍방울 관계자 진술 및 출정일지·호송계획서 등 객관적 물증에 의해 의혹이 허위임이 명백히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술자리 회유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됐던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도 작년 6월 검찰 내부망 글을 통해 "이 전 부지사를 회유하거나 진실을 조작한 사실이 없고, 검찰 시스템상 가능하지도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에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의혹 제기가 이어지자 법무부는 정 장관 취임 직후 교정본부에 특별점검팀을 꾸려 수원구치소 등의 실태 조사에 나섰고, 이날 기존 조사 결과를 완전히 뒤집는 결과를 내놨다.
법무부 특별점검팀은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출정일지 등 자료를 분석하고, 조사에 관여한 계호 교도관 등을 불러 조사하면서 의혹을 뒷받침하는 여러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원지검이 작년 조사에서 이러한 진술을 확보하고도 이를 의도적으로 묵살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정성호 장관은 실태조사 결과 밝혀진 위법·부당 행위에 대해 정식 감찰 착수를 지시했다. 감찰은 수사 전환 가능성 등을 고려해 대검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드러난 제도적 미비점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 및 제도를 개선해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수용 질서를 확립하라고 지시했다.

당사자로 거론된 박상용 검사는 이날 법무부의 발표 이후 입장문을 내고 "술 파티니 회유 조작이니 하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재차 의혹을 부인했다.
박 검사는 "의혹과 관련해 수원지검의 전수 조사가 있었고, 경찰의 수사도 있었으며, 사실무근이라는 취지의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있었다"며 "결국 조사, 수사, 재판에서 모두 사실무근임이 밝혀진 건(件)"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법무부 발표는 대법원 확정판결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이화영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을 답습하는 내용"이라며 "이는 현재 진행되는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했다.
박 검사는 또 "오늘 법무부의 발표 수일 전에 이미 이화영 피고인의 변호인이 법무부의 조사 결과 발표가 있을 것이라 법정에서 공표한 바 있다"며 "만일 조사 결과를 발표 전에 법무부로부터 취득한 것이라면 이는 명백한 공무상 비밀 누설죄"라고 지적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정치검찰 조작기소대응' 특별위원회는 검찰이 대북송금 사건을 조작 기소했다며 법무부와 검찰에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특위는 "이 사건이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 이화영 부지사와 무관함에도 윤석열 정치검찰은 김성태 회장을 압박해 허위진술을 받아내 정적을 겨냥한 조작 기소를 한 사실이 낱낱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traum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