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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이 생각한 가장 용감한 여성은…"독립운동가, 딸, 어머니"

연합뉴스입력
김주혜·이금이 작가, 이설야 시인, 서울국제작가축제서 토론 "문학은 영혼에서 나오는 절규…AI가 예술한다 말할 수 없어"
2025 국제서울작가축제 참석한 시인 이설야이설야 시인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서울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작가축제' 토론회에서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내가 아는 가장 용감한 여성'을 주제로 열렸다. [한국문학번역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독립운동가", "딸", "어머니".

저마다 영역에서 치열하게 글을 써온 세 여성 작가에게 각자가 생각하는 가장 용감한 여성을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김주혜, 아동·청소년문학 작가 이금이, 시인 이설야는 16일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서울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작가축제' 토론회에서 만나 '내가 아는 가장 용감한 여성'을 주제로 이야기했다.

'내가 아는 가장 용감한 여성' 토론회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서울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작가축제'에서 작가들이 '내가 아는 가장 용감한 여성'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사회자인 김나영 문학평론가, 소설가 김주혜, 아동·청소년문학 작가 이금이, 시인 이설야. [한국문학번역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설야는 "그 주제를 듣고 떠오른 인물이 러시아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김알렉산드라(1885∼1918)"라며 "디아스포라(이산) 문학에 관심을 갖다 보니 그분에 대해 알게 됐다"고 소개했다.

김알렉산드라는 러시아 제국의 조선인 이주민 가정에서 태어나 독립운동에 투신하다 일제의 손에 처형당한 인물이다. 정부는 2009년 김알렉산드라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이설야는 "김알렉산드라가 처형당할 때 눈에 안대를 씌우려는 것을 거부하며 '내 죽음을 내가 스스로 볼 테니 눈을 가리지 말라'고 말했다고 한다"며 "저라면 그렇게 용기 있게 말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독립운동사를 보면 남성들의 이름이 많은데 여성들은 이름이 없다"며 "그들에게 이름을 붙여주는 것도 작가의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이금이아동·청소년문학 작가 이금이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서울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작가축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금이는 자신의 딸을 꼽으며 "딸이 어린 시절 만화영화를 보다가 '왜 남자 전사는 그냥 전사라고 하면서 여자 전사한테만 여전사라고 하느냐'고 물었던 일이 있다. 당시만 해도 차별적인 표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때였다"고 떠올렸다.

또 자신과 다르게 갈등과 불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부당한 것을 참지 않는 아이로 자란 딸에게 겸손하고 주의 깊게 행동하라고 가르쳤다면서 딸이 "엄마는 언제나 내 발목을 잡는다"고 말하는 걸 듣고서야 틀 안에 가두려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금이는 "한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 딸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작품에 용기 있는 여성을 그리고 있다면 제 딸과 그 또래 젊은 여성들에게서 배운 것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작가들과 토론하는 김주혜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김주혜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서울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작가축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주혜는 "생각나는 단 한 사람, 저희 어머니"라며 "어머니는 국문학, 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늦은 나이에 등단해서 지금도 시인으로 활동하신다"고 소개했다.

그는 "제가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분이 저를 진취적이라고 생각하시는데, 저는 어머니에 비하면 학구열이 한참 떨어지고 호기심도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환경, 어떤 연령에도 스스로 더 나아가려 하고 더 배우려 하는 진정한 리더가 제가 생각하는 가장 용감한 여성상"이라고 했다.

세 작가는 여성으로서의 글쓰기뿐 아니라 문학 전반에 관해 대화하고 독자들과 소통했다. 행사 후반에는 인공지능(AI)이 미래에 문학 창작을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관해 작가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김주혜는 "AI가 절대로 저를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걱정하진 않는다"며 "문학은 영혼에서 나오는 절규인데, 인공지능은 영혼이 없기 때문에 아무리 훈련시켜도 예술을 한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jae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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