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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 탈출해 버려진 수도원 돌아온 오스트리아 80대 수녀 3인방

연합뉴스입력
평생 살던 곳 돌아와 '불편한' 생활…SNS에 일상 올리자 인기 폭발 "그립던 곳에 돌아와 기뻐"…수도원 폐쇄한 교구와는 갈등

평생 살던 곳 돌아와 '불편한' 생활…SNS에 일상 올리자 인기 폭발

"그립던 곳에 돌아와 기뻐"…수도원 폐쇄한 교구와는 갈등

요양원 생활을 거부하고 잘츠부르크 인근 수도원 '골든슈타인 성'으로 돌아온 리타·레지나·베르나데트 수녀[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인근의 한 수녀원에서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80대 노(老)수녀 세 명이 답답한 요양원을 뛰쳐나와 버려진 수도원으로 돌아온 뒤 소소한 일상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면서 뜻밖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

15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베르나데트 수녀(88), 레지나 수녀(86), 리타 수녀(81)는 지난 4일 자신들이 평생을 보냈던 여학교이자 수도원인 '골든슈타인 성'으로 돌아왔다.

잘츠부르크 외곽 알프스에 위치한 이곳은 그동안 폐쇄된 상태였다.

수녀들은 도착 직후 이곳에 더는 전기도, 수도도 공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들은 겨우 주변의 도움으로 비상용 발전기를 얻고 물도 구할 수 있었다.

이 노수녀들 곁에는 과거 그들의 학생이었던 이들이 생활을 돕고 있다. 고령자인 이들은 주기적으로 의사의 진료도 받는다.

수도원으로 돌아온 이들은 예상치 못한 인기를 얻으며 인플루언서가 됐다.

인스타그램에 계정을 만들어 함께 기도하고 식사하고 미사에 참석하는 등 수도원에서의 소소한 일상을 올리기 시작하자 열흘 만에 팔로워 수가 1만7천명을 넘었고, 언론의 관심도 잇따르면서 인터뷰도 자주 한다.

리타 수녀는 최근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집에 돌아와 너무 기쁘다"며 "요양원에서 항상 향수병을 앓았는데 다시 돌아와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쯤은 버려진 수녀원에서 생활하는 것이 그리 쾌적하진 않다.

계단 리프트가 철거돼 수녀들은 내려올 때 벽에 설치된 봉을 잡고 거꾸로 내려온다. 막힌 세면대를 뚫느라 애를 먹기도 한다.

[인스타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교구는 이들의 귀환을 탐탁지 않아 한다. 교구의 책임자와 수녀들 간의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세 수녀는 2023년 12월 자신들의 의지와 관계없이 수녀원에서 쫓겨났다고 말한다.

베르나데트 수녀는 "우리는 생을 마감할 때까지 여기 머물 권리가 있었는데 그게 깨졌다"며 "평생 순종해왔지만, 그건 너무 과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베르나데트 수녀는 10대였던 1948년 이 학교에 다녔고, 레지나 수녀는 1958년, 리타 수녀는 1962년에 각각 수도원에 들어왔다. 이들 모두 학교에서 교사로 일했고, 레지나 수녀는 교장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수녀 수가 줄면서 2022년 이곳은 인근 수도원에 넘겨졌고, 작년 초 공동체는 공식 해체됐다.

이들의 관리자인 마르쿠스 그라슬 사제는 성명에서 세 수녀가 요양원을 떠나 복귀한 상황을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이들의 미래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수도원의 방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고, 적절한 관리에 필요한 요건을 전혀 충족하지 못한다"며 "특히 수녀들의 위태로운 건강 상태로 인해 골든슈타인 수도원에서 독립적인 생활은 더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골든슈타인 성을 걷는 세 수녀들[로이터 연합뉴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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