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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세계선수권 끝내 기권' 마라톤 박민호 '눈물'…"한국에서 응원 와주신 팬들께 죄송해" [현장인터뷰]

엑스포츠뉴스입력


2025 도쿄 육상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남자 마라톤 박민호(코오롱)가 완주하지 못한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다. 

박민호는 15일 일본 도쿄 시내와 국립경기장에서 진행된 대회 3일 차 남자 마라톤에 출전해 25km 부근에서 기권한 뒤 눈물을 보였다. 

박민호는 도쿄의 습하고 뜨거운 날씨로 인해 출발 예정 시각보다 30분 앞당겨진 오전 7시 30분 출발 총성을 듣고 레이스를 시작했다. 

중하위권에 있었지만, 레이스를 잘 이어가던 박민호는 25km 부근에서 스스로 레이스를 중단했다. 25km까지 박민호의 기록은 1시간 25분 6초로 출장한 90명의 83위였다. 이후 기권 처리됐다. 

대한육상연맹에 따르면 박민호는 25km 지점에서 컨디션 이상을 느껴 스스로 레이스를 끝냈다.. 



박민호는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풀코스 마라톤을 시작했다. 지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그는 2시간18분12초로 11위를 기록했다. 

지난 2월 대구마라톤에선 2시간12분19초의 성적을 냈다. 자신이 목표로 하는 2시간10분 이내의 성적을 세계선수권에서 기록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박민호는 끝내 결승선을 밟지 못했다. 레이스를 중단하고 돌아온 그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본지와 만난 박민호는 레이스를 중단한 상황에 대해 "특별한 상황은 없었다. 생각나는 게 딱히 없다. 나도 조금 혼란스럽다"라고 했다. 

이어 "분명 열심히 준비했는데 이번에도 아무것도 못 해보고 그냥 끝나버린 것 같아서 너무 허무하고 혼란스럽다"라고 덧붙였다. 

박민호는 "분명히 이번에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뜻대로 잘 안된 것 같아서 문제점을 찾아야 한다. 물론 (그 문제점은) 나에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준비 과정을 돌아보며, 박민호는 "이번에도 대회를 며칠 앞두고 몸살 기운 같은 게 있었다. 어떤 증상이 있었던 것은 아니어서 되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왔는데..."라며 "끝날 때는 '이게 맞나?' 싶었다.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랬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내 그는 "모르겠다. 주변에서 엄청 격려하는 박수를 쳐주셨다. 그게 다시 준비하라는 건가 싶기도 하고, 뭔가 더 달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라며 아쉬워했다. 

초반 레이스는 나쁘지 않았다. 박민호는 "'끝까지 가 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초반에 살짝 (레이스가) 꼬였던 게 심리적으로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물을 못 잡아서 흔들렸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안 좋았던 상황들이 갑자기 생각나면서 스스로 의심하면서 뛰었던 것 같다. '완주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뛰다가 초반에 페이스가 계속 밀리면서 도저히 완주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권이란) 결정을 내렸다. 기권이란 결정을 하게 되면 너무 힘든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박민호는 국제무대를 준비하면서 계속 어려움을 느껴왔다고 말했다. 

그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는 정말 열심히 준비하려고 했는데 그때는 그렇게 열심히 준비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 그때 내가 많이 느꼈던 건 '충분히 열심히 준비하면 나도 가능성이 있는 선수 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세계선수권은 아시안게임보다 더 열심히, 더 많이, 더 집중해서 준비했는데도 오히려 그때보다 더 비참한 결과가 나왔다. 뭘 어떻게 보완해야 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감독님과 충분히 깊게 상의해 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아직 안 만나서 어떤 얘기를 들을지도 잘 모르겠다"라고 덧붙였다. 

한국 팬들이 응원을 하러 도쿄에 올 만큼, 한국은 현재 전국적인 '러닝 열풍'이 불고 있다. 이러한 생활 체육의 흐름과는 반대로 엘리트 체육에서는 세계 무대의 벽을 계속 실감하고 있다. 

박민호 역시 이런 부분을 가장 가슴 아파했다. 

그는 "내가 오늘 뛰면서 가장 죄송했던 게 그 점이다. 분명히 내 이름을 불러주시면서 응원해 주시는, 달리기를 좋아하시는 국내 팬들도 계셨던 것 같다. 그분들은 훌륭한 선수들을 보는 것도 좋겠지만, 내가 끝까지 달리는 모습을 봤으면 좋았을 텐데 내가 중간에 기권한 게 그분들의 응원에 미치지 못했던 선수인 것 같아서 제일 힘든 것 같다"라고 속상해 했다. 

이어 "내 주변 분들한테도 너무 죄송스럽다. 도와주셨던 분들, 선생님들한테도 너무 죄송스러운데 그것보다 더 큰 건 아무래도 여기까지 응원하러 와주셨는데 내가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점이다. 괜찮다면 한 번 더, 계속 열심히 준비해 볼 테니까 끝까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사진=도쿄, 김정현 기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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