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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손뗀 새…러, 몰도바서 온라인 허위정보전 강화

연합뉴스입력
'하이브리드전 시험장' 된 몰도바…"정보환경 러가 사실상 통제"
5일(현지시간) 몰도바 수도 키시너우 거리에 설치된 선거 텐트 앞을 한 행인이 지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집권 이후 해외 허위정보 확산을 막기 위한 미 정부의 노력이 중단되면서 몰도바 등 해외에서 러시아의 정보전이 왕성해지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표적인 예가 오는 28일 총선을 앞둔 몰도바다.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사이에 낀 몰도바는 한국의 3분의 1 정도의 국토에 인구 260만명을 둔 소국이다.

옛소련에 속했다가 1991년 독립했으나 러시아의 간섭이 지속되면서 정세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인공지능(AI) 도구를 사용해 틱톡, 텔레그램,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 가짜 게시물과 영상, 웹사이트 등을 올리고 있다.

미 뉴욕에 본사를 둔 연예 잡지 'OK!'를 사칭한 한 계정은 친서방 성향의 마이아 산두 대통령을 유명 정자 기증자와 연관 지은 터무니 없는 비방을 올리기도 했다.

조 바이든 전 미 행정부는 이러한 움직임에 맞서 페이스북, 메타와 같은 기업에 가짜 계정을 막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미 국무부에서 근무했던 토머스 멜리아는 NYT에 "이제 러시아는 1년 전에만 해도 꿈에서나 가능하던 방식으로 몰도바의 정보환경을 사실상 통제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는 몰도바를 '하이브리드 전쟁의 시험장'이라 부르며 "유럽 전역에서 유사한 시도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및 DB 금지]

러시아의 목표는 몰도바를 여전히 크렘린궁의 영향권 안에 두는 것이다.

이 임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신뢰하는 인물 중 하나인 세르게이 키리옌코 대통령 행정실(비서실) 제1부실장이 맡고 있다고 러시아 언론들은 전했다.

몰도바 연구자들의 모임인 '워치독'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틱톡,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앱에서 러시아와 연계된 900개 이상의 계정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몰도바 경찰도 7월 "사회에 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조종하기 위해 생성된 계정을 매일 수백개 적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같은 달 온라인의 허위 정보를 추적하는 미 기업 뉴스가드는 '마트료시카'라고 알려진 러시아 비밀 조직이 최근 3개월간 몰도바를 표적 삼아 조작한 허위 정보 39건을 퍼뜨렸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산두 대통령도 러시아가 정치사회 분열을 조장하기 위해 공개·비공개적으로 러시아에 호의적인 정당을 지원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최근에는 러시아 공작의 매개체로 모스크바에 도피 중인 자국 사업가를 지목하고, 이러한 시도가 몰도바의 국가안보와 주권, 유럽 통합의 미래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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