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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건축가 김원의 건축 이야기(11) 보편적 건축에 관한 소고-⑤

연합뉴스입력
김원 건축가[건축환경연구소 광장 제공]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4회에 걸친 '보편적 건축' 이야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내가 그 이야기를 마무리한 당시에 건축과 학생들로부터 몇 가지 질문을 받았다. 질문에 대한 답변 역시 여러 독자께서 함께 읽으시면 좋을 거라는 판단하에 공개해 드린다. 먼저 받은 질문은 "한국 고건축의 자연에 대한 순응성을 건축의 보편성이라는 주제에 비추어 볼 때 어떤 비판이 있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었다. 이에 대한 대답이다. "미안합니다. 고건축, 전통 건축 등등의 문제를 여기 포함해 논의하려면 너무 광범위해서 그 부분을 오늘 이야기에서 제외했었는데 저 자신, 한국의 고건축이 지니는 자연관이야말로 건축의 보편성을 가장 잘 만족시키는 실제 사례라 생각합니다. 서양의 현대건축이 빠져 있는 딜레마로부터 해답을 줄 수 있는 자연과 인간화합의 새 돌파구가 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봅니다. 물론 기능, 구조, 미적 측면, 나아가 경제적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두 번째 질문은 "선생이 말씀한 '건축의 보편성'이라는 내용이 오히려 선생의 특정성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이 점을 어떻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였다. 어려운 질문이었다. 나의 답변은 이러했다. "다시 반복하게 되지만 말씀드린 내용은 변함없이 건축의 보편성을 두고 한 것들입니다. 너무도 보편적이어서 특별하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을 기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이어지는 질문 역시 상당히 고난도의 질문이었다. "건축에 관계된 사람들은 건축가에서부터 공사업자, 교육자, 학생 등 그 계층이 무수한데 건축의 보편성은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며, 어느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것입니까?" 굉장히 쉽지 않은 질문이었다. 깊이 있게 생각한 후 답변했다. "미국의 예를 보면 소위 문제의식을 갖고 작품을 하는 건축가는 건축에 종사하는 인구의 5% 정도라고 들었습니다. 곧 나머지 95%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인데 그 분포 비율이 우리나라라고 해서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습니다. 물론 전반적인 수준차(미국의 집 장사와 우리나라의 집 장사 사이의)는 있겠죠. 그러나 제가 말씀드린 내용은 어느 계층이나 다 통용되는 얘기입니다. 또 어느 학생이 독특한 자신의 건축세계를 특출하게 세워가길 원할 때, 교육하시는 분께서 그것을 꺾을 이유나 필요는 없겠지만 먼저 그 자신의 저변에 탄탄하고 건전한 세계관이 바탕을 이루어야 함을 깨우쳐 줘야 한다고 봅니다. 미스(Mies, 1886~1969, 독일 출신 미국 건축가로 일리노이 공대 주임교수 역임, 발터 그로피우스 ,르코르뷔지에, F.L.라이트와 더불어 20세기 대표 건축가로 알려짐)가 거장으로서 그의 세계를 갖기까지 그가 그만의 건축 저변에 쌓았던 장인적 노력을 간과해서는 안 되며, 우리의 건축 교육이 특정한 천재 건축가를 만드는 것이 목표여서는 안 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다음 질문 역시 점점 어려워졌다. "보편성과 창조성 그리고 도전성과는 어떻게 연관 지어 설명되겠습니까" 교육에 대한 부분은 참으로 답변하기 어렵지만 다음과 같이 정리해 전했다. "학생들이 거부감을 갖고 받아들이지 않을까 염려했던 것이 바로 그 점인데, 도전적이고 대담한 것을 만들고 싶은 것이 대학생의 특권이기도 하고 저 자신 대학생일 때 역시 그런 면이 있었던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의욕적이고도 진취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노력할 필요가 있으며 그것은 사고의 수준 향상에는 어느 정도의 잠재력이 되고 있음을 부인 못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건축가로서의 최종목표일 수는 없겠죠. 시합에 나가는 운동선수에게 '잘해라 힘내라' 할 수 있지만 연습을 충분히 하고 어느 수준에 오른 선수에게는 오히려 '평소 실력대로 해라. 억지로 하려 들지 말라'는 격려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 예로서 설명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또 건축에는 운동 시합과 다른 면이 있습니다. 건축 저널리즘이 아이젠먼(Peter Eisenman)과 게리(Frank Gehry)에만 관심을 갖는 것은 선정주의(journalistic sensationalism)의 속성이지 건축의 속성에서 온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가장 상식적이고 보편적이며 타당성 있는 건축가와 건축물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것의 기사 가치는 금방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선정적이 아닌(non-sensational) 그러나 오래 두고 보면 좋은 건축물을 발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보편성을 추구하는 건축가는 학문적이면서도 실무적 깊이와 전문성, 그리고 시대정신과 겸허함을 동시에 품는 자세가 중요하다. 나 역시 질문을 보낸 당시 학생들이 건강한 도전 정신,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 창조성을 억지로 꺾이지 않길 바라면서도, 그 이전에 자신을 견고하게 지지하는 보편적 세계관과 기준을 갖추길 바라 마지않았다. 건축의 보편성이란, 바로 그런 조화와 균형에서 비롯해 인간과 우리가 사는 환경에서 주는 선한 영향력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김원 건축가

▲ 독립기념관·코엑스·태백산맥기념관·국립국악당·통일연수원·남양주종합촬영소 등 설계. ▲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 문화재위원, 삼성문화재단 이사, 서울환경영화제 조직위원장 등 역임. ▲ 한국인권재단 후원회장 역임. ▲ 서울생태문화포럼 공동대표. ▲ 광화문시민위원회 위원장.

* 더 자세한 내용은 김원 건축가의 저서 '행복을 그리는 건축가', '꿈을 그리는 건축가', '못다 그린 건축가'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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