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방중에 딸 주애 동행…후계자 관측에 힘 실려(종합)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 일정에 딸 주애가 동행하면서 후계자로 낙점된 것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조선중앙통신이 발행한 사진엔 중국 측 간부들의 영접을 받는 김 위원장의 뒤에 주애가 있는 모습이 확인된다. 부인 리설주 여사가 3차례 방중 일정에 동행한 적은 있지만, 김 위원장이 해외 일정에 딸을 대동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 부녀의 방중은 국제 사회 앞에서 주애가 차기 지도자라는 것을 선언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내부 노출에서 해외노출까지 함으로서 후계자 내정의 마지막 관문을 통과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내년 1월로 예상되는 제9차 당대회에서 후계자 내정을 확정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정일·김정은 부자가 후계자로 내정됐을 때도 부친과 함께 중국을 찾아 일종의 '신고식'을 치렀다.
1974년 후계자로 내정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80년 6차 당대회에서 차기 지도자로 공인됐다. 이후 1983년 아버지 김일성 주석은 김정일을 데리고 방중해 덩샤오핑을 만나 아들에 대한 지지를 부탁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정은 위원장도 2009년 후계자로 내정돼 2011년 집권까지 비교적 짧은 후계수업을 받았으나, 2010년 김정일의 중국 동북지역 방문에 동행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비공식 면담했다는 소문이 외교가에 돌았다.
2022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나타난 주애는 점차 민생·안보 현장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며 정치적 위상을 키워왔다.
후계자 가능성이 높은 주애의 등장과 함께 영부인 리설주 여사의 노출 빈도는 점점 줄었다. 2024년 1월 1일 신년경축대공연 관람 이후로는 리 여사는 공개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고, 주애의 행보만 부각됐다.
지난 6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준공식에서 어머니 리 여사가 1년 반 만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김 위원장과 주애보다 한발짝 뒤에 물러선 모습이 포착돼 후계자로서 높아진 주애의 위상이 드러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지난해 8월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무기체계 인계인수 기념식에서 조카인 주애에게 다가가 허리까지 숙여 깍듯이 자리를 안내하는 의전을 하기도 했다.
주애는 러시아 전승절 80주년을 맞아 주북 러시아대사관에서 지난 5월 열린 기념행사에는 리 여사 대신 참석해 외교 무대에서의 첫 데뷔도 마쳤다.

이처럼 사실상 '퍼스트 레이디'로서의 역할을 해오며 차기 후계자로 지목받고 있는 주애가 김 위원장과 다자 외교 무대에 선다는 것은 단순한 외교 행사 참석의 의미를 넘어 일종의 후계자 신고식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북한이 공식 후계자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주애를 '미래세대'의 상징으로 활용하는 연장선으로 중국 일정에 동행한 것일 뿐 후계자 내정 여부와는 상관없을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후계자로 내정되기 한참 전 어린 시절인 1957년 소련 10월 혁명 40주년 행사, 1959년 소련 공산당 21차 대회, 1965년 인도네시아 반둥회의 10주년 기념행사 등 다자 외교무대에 김일성 주석과 동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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