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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의 주적, 보이지 않는 습기 모아 시각화한 갈라 포라스-김

연합뉴스입력
국제갤러리 '자연 형태를 담는 조건' 개인전
갈라 포라스-김의 드로잉 작품들(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2일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갈라 포라스-김 개인전 '자연 형태를 담는 조건'에서 참석자들이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호(Signal)' 연작 5점과 '수석'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한 드로잉 신작 6점을 만날 수 있다. 2025.9.2 jin90@yna.co.kr
인사말 하는 갈라 포라스-김(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개념미술 작가 갈라 포라스-김이 2일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자연 형태를 담는 조건'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호(Signal)' 연작 5점과 '수석'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한 드로잉 신작 6점을 만날 수 있다. 2025.9.2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미술품을 전시 보관하는 미술관 입장에서 습기는 가장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다. 작품을 훼손하고 부식하는 위험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술관은 어떻게든 습기를 통제하기 위해 애를 쓰지만 그런데도 완전히 막을 수 없다.

2일부터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시작한 한국-콜롬비아계 미국 작가 갈라 포라스-김(41)의 드로잉 연작 '신호'(Signal)는 미술관의 주적을 정면으로 끌어들여 시각화한 작품이다.

2021년부터 전 세계 다양한 전시장에서 선보인 설치작 '신호 예보'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작가는 자기 작품 전시가 열리는 전 세계 미술관에서 산업용 제습기를 활용해 전시장의 습기를 모은다.

이렇게 모인 물을 액상 흑연에 적신 천 위로 흘려보낸다. 그러면 마치 드립 커피를 내리듯 흑연이 묻은 물이 천 끝에서 떨어진다.

'신호'는 이 물방울들이 전시장 바닥 패널 위에 떨어지며 무작위의 패턴, 신호를 형성해 나온 작품이다. 인간이 억제하려 하지만 결국에는 이겨내는 자연의 힘을 보여준다.

'자연 형태를 담는 조건'(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2일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갈라 포라스-김 개인전 '자연 형태를 담는 조건'에서 참석자들이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호(Signal)' 연작 5점과 '수석'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한 드로잉 신작 6점을 만날 수 있다. 2025.9.2 jin90@yna.co.kr

전시장마다 기후나 계절, 방문객 수 등 다양한 환경과 조건에 따라 습기의 양이나 패턴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스페인 세비야에 있는 안달루시아 현대미술센터(CAAC)에서 만든 신호는 건조한 계절에 만들어진 작품이어서 떨어진 흑연 액의 양도 적고 번짐도 많지 않다.

반면 미국 덴버 현대미술관에서 만든 신호는 습도가 높은 겨울에 작업해 흑연 액이나 번짐도 많다.

작가는 "습기로 인해 부식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인간은 이를 손상되는 것으로 여긴다"며 "인간은 이를 통제하려 하지만 자연은 결국 벽을 뚫고 스며든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자연 형태를 담는 조건'이다. 인간이 자연물에 부여하는 인위적인 분류를 탐구하는 작업이다.

전시에서 새로 선보이는 연작 '수석'은 수석 작품들을 색연필 등으로 정밀하게 묘사한 드로잉 작품이다.

작가는 인터넷에서 수석 사진을 검색한 뒤 '균형 잡힌 돌', '우주에서 온 돌', '신성한 돌' 등 자신만의 분류 방식으로 모으고 한 캔버스 안에 그려냈다.

그는 이전부터 고대 문자나 유물, 박물관의 수장품 등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분류한 뒤 이를 한 캔버스 안에 모아 그리는 '인덱스 드로잉'(index drawings) 작업을 해왔다.

작가는 인덱스 드로잉 대상으로 수석을 선택한 것에 대해 "자연 그대로를 수집하고, 긴 역사가 있으며, 좋은 돌을 판단하는 원칙들이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며 "그런 기존의 원칙과 달리 내가 만든 기준으로 내 시선으로 분류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0월 26일까지.

laecor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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