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러 회담서 '美일방주의' 겨냥…"다자플랫폼서 협력하자"(종합)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일(현지시간) 중러 정상회담에서 '미국 일방주의'를 겨냥, 유엔을 비롯한 다자 플랫폼에서 중러 협력을 강화하자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중러 양국은 모두 주권평등, 국제법치, 다자주의를 강조한다"고 말했다고 중국중앙(CC)TV가 전했다.
시 주석은 이어 "중러 양국은 유엔·상하이협력기구(SCO)·브릭스(BRICS)·주요20개국(G20) 등 다자플랫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고 인류 운명공동체 건설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 톈진에서 열린 SCO 정상회의에 이어 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시 주석은 SCO 회의 기간 주권 평등, 국제 법치, 다자주의 등 원칙을 바탕으로 하는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를 발표했으며, 이는 미국 주도 시스템에 대한 도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 주석은 이날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는 뜻을 같이하는 모든 국가와 유엔 헌장의 목적·원칙을 굳게 지키고 더 공정하고 합리적인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양국 관계에 대해 "국제 정세 급변의 시험을 거쳤고 전면적 전략 협력 등 대국 관계의 전형을 수립했다"면서 "중국은 러시아와 고위층 교류를 밀접히 하고 서로의 발전·진흥을 지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중러 정상이 올해 상대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두고 "제2차 세계대전 주요 승전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대국의 역할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또 푸틴 대통령을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라고 부르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환대에 감사를 표하면서 "우리의 긴밀한 상호작용은 러중 관계의 전략적 성격을 반영한다"면서 "러중 관계는 전례 없이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세계 반파시스트전쟁에서 양국의 단결 협력은 신시대 중러 관계 발전의 튼튼한 기초가 됐다"고 평가했다.
또 시 주석이 제안한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에 대해 "매우 시기적절하고 필요하다"면서 "글로벌 거버넌스상의 결손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동의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공동 관심사인 국제·지역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으며, 에너지·항공 등 20여건의 양자 협력 문건을 체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매체를 인용해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이 러시아에서 몽골을 거쳐 중국으로 가는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을 건설하기로 법적 구속력 있는 합의를 체결했다고 전했다. 또 기존 경로를 통한 대중국 가스 공급량도 늘리기로 했다.
가스프롬의 알렉시 밀러 최고경영자(CEO)는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을 통해 30년 동안 연간 500억㎥ 규모 가스를 실어 나를 예정이며, 공급 가격도 현재 유럽에 판매하는 수준보다 낮을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외교부는 또 중러 양국 교류 확대를 위해 오는 15일부터 1년간 러시아 일반여권 소지자를 대상으로 비자 면제 정책을 시범 실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국경을 접하고 있는 러중 양국과 몽골은 이날 3자 정상회담도 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외부 간섭을 배제하고 3자 협력의 고품질 발전을 함께 추진하자"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 상호 신뢰의 기초를 다지자"면서 "국제정세가 어지럽고 뒤엉킬수록 3국이 더욱 단결·협력하고 상호 지지를 강화하며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 관심사를 존중하자"고 제안했다.
푸틴 대통령은 "정치적 상호신뢰 증진은 매우 중요하며 3국 관계의 기초를 다지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고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은 "양자관계를 밀접히 하고 3자 협력을 넓히는 데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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