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방중 전 ICBM 능력 과시…신형 '화성-20' 개발계획 공개(종합)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하채림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차 베이징으로 출발하기 직전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연구소를 방문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1일 미사일 총국 산하 화학재료종합연구원 연구소를 방문해 탄소섬유 복합재료 생산 공정과 대출력 미사일 발동기(엔진) 생산 실태를 파악했다고 2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 연구소가 "탄소섬유 복합재료를 이용한 대출력 고체발동기를 제작하고 지난 2년간 8차례에 걸치는 지상분출 시험을 통하여 발동기의 동작 믿음성과 정확성을 검증한 시험 결과"를 점검하고, 앞으로 전문화된 계열 생산 토대 구축 문제를 협의했다.
통신은 "탄소섬유 복합재료를 리용한 신형 고체발동기의 최대 추진력은 1,960kN(킬로뉴턴)으로서 대륙간탄도미싸일 '화성포-19'형 계렬들과 다음세대 대륙간탄도미싸일 '화성포-20'형에 리용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는 우리 전략 미싸일 무력의 강화와 능력 확대에서 커다란 변혁을 예고하는 의미 있는 성과"라고 치하하며 "전략무력 강화의 지름길을 열어놓은 해당 연구소의 과학자들에게 높은 급의 국가표창을 수여"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의 ICBM 시험발사는 작년 10월 31일 '화성-19형'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북한은 이 ICBM이 "최종완결판"이라고 했는데, 1년도 안 돼 이를 뛰어넘는 성능의 '화성-20형'을 개발하고 있음을 공개한 것이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북한이 2022년 12월에 발표한 고체연료 엔진 첫 지상분출시험 때 추력은 140tf(톤포스)였고, 이것인 화성-18형과 화성-19형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오늘 발표한 1천960kN은 약 200tf로 기존 고체 연료 엔진보다 60tf 정도 추력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기존의 화성-18형과 화성-19형도 사거리 1만5천㎞ 이상으로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됐는데, 추력을 더 키워 화성-20형을 다탄두 ICBM으로 개발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다탄두 ICBM은 탄두부에 여러 개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어 단탄두에 비해 요격하기 어렵다.

김 위원장의 이번 미사일연구소 방문은 1일 전용열차를 타고 베이징으로 떠나기 직전에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열병식에서 중국·러시아 정상과 나란히 서며 반서방 연대를 과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김 위원장이 ICBM 능력을 부각하며 미국과 반대편에 서 있음을 보여준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대형 외교 무대를 앞두고 국방력 발전 계획의 성과를 대외에 과시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지난달 31일에도 새로 조업한 중요 군수기업소를 방문해 미사일 자동화 생산공정을 점검했으며, 그에 앞서 지난달 23일에는 신형 반항공(지대공) 미사일 2종의 전투 성능 검증을 위한 시험 사격을 참관했다.
이날 미사일연구소 방문까지 최근 세 차례의 국방 관련 일정은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보도되고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에는 실리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동정이 조선중앙통신에만 공개되고 노동신문에 실리지 않은 건 집권 이래 총 6회뿐인데 그중 세 번이 이번에 집중된 것이어서 배경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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