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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유럽서 신종 파괴공작…현지인 범죄자 원격 조종

연합뉴스입력
텔레그램으로 모집해 가상화폐로 보수 지급…개입 흔적 감춰
영국 범죄자의 방화로 불탄 우크라이나 지원물자 창고[AP 연합뉴스 자료사진/London Metropolitan Police 제공]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러시아가 유럽 각국을 대상으로 한 파괴공작에서 새로운 전술을 도입했다.

1일(현지시간) NBC뉴스에 따르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은 러시아 정보기관이 원격으로 현지 범죄자를 매수해 혼란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영국 런던 산업지구의 한 창고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이 대표적이다.

불이 난 창고는 우크라이나 물류회사 소유였고, 우크라이나군의 필수품인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 장비와 인도주의적 지원 물자가 보관돼 있었다.

당시 영국 수사당국은 이 사건이 러시아 정보기관의 비밀공작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10일 후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같은 회사의 창고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자, 수사당국도 이 사건이 단순한 방화가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됐다.

이후 당국은 21세의 영국인 마약상 딜런 얼을 용의자로 체포했다.

얼은 러시아의 용병 단체 '와그너 그룹'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포섭됐다는 사실을 자백했다.

그는 범죄 생활을 청산하고 와그너 그룹에서 용병으로 새 출발 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러시아 요원은 "유럽 내부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 더 낫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요원은 얼에게 런던의 우크라이나 업체 창고를 불태우는 대가로 8천 달러(약 1천114만 원)를 약속했다.

보수는 가상화폐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하원 국방위원회 소속 캘빈 베일리 의원은 "러시아는 텔레그램과 비트코인을 이용해 개입 흔적을 숨긴다"고 말했다.

얼은 체포되기 전 런던에 체류하는 러시아 반체제 인사가 운영하는 식당을 방화하고, 그를 납치하는 작전을 준비 중이었다.

체코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발생했다.

텔레그램 앱 로고[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6월 콜롬비아 국적의 남성이 프라하 시내버스에 방화한 뒤 체포돼 8년 형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텔레그램으로 러시아 요원의 지시를 받았고, 방화하는 장면을 촬영해 제출했다.

폴란드에서는 러시아가 지난해 5월 대형 쇼핑몰에 방화를 지시했다는 혐의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현지 범죄자를 동원한 파괴 공작은 러시아 입장에서 비용과 리스크가 적다고 지적하고 있다.

러시아 정보기관 요원을 직접 유럽에 파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다만 러시아는 이 같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런던 주재 러시아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는 영국에 대한 파괴 활동을 벌인 적도 없고, 그럴 의도도 없다"고 주장했다.

kom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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