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 "한국 역사 다룬 영어 소설, 모국어로 번역돼 영광"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개인적으로는 가족 중에 영어를 읽지 못하는 분들이 제 소설을 한글로 읽을 기회를 얻게 되어 기쁩니다. 소설가로서는 한국 역사를 소재로 하는 저의 글이 모국어로 번역되어 큰 영광입니다."
미국 한인 2세인 소설가 김하나(38·미국명 크리스털 김)의 두 장편소설이 국내 번역 출간된다. 각각 '당신이 날 떠난다면'(원제 'If you leave me')이 올해 하반기, '돌집'(원제 'The Stone Home')은 내년 상반기 서점에서 독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소담출판사와 번역본에 관해 의논하기 위해 최근 한국을 방문한 김하나는 연합뉴스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소설을 출판하게 되어 깊은 자부심과 감사를 느낀다"고 부모님의 나라에서 책을 펴내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서면 인터뷰 답변에서 자신의 모국어가 한국어라고 두 차례 언급하는 등 자기 정체성이 한국인이라는 생각을 숨기지 않았다.

미국에서 2018년 출간된 데뷔소설 '당신이 날 떠난다면'은 외할머니의 한국전쟁 피란 이야기를 듣고 집필하게 된 작품으로 워싱턴포스트 등이 '올해 최고의 소설'에 선정했다.
김하나는 "저는 교포로서 항상 조상 대대로 살아온 나라를 향한 그리움이 있었다"며 "지금은 한국이 세계적으로 알려졌지만, 1990년대에 제가 뉴욕에서 학교에 다니던 시절 반 친구 누구도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고 털어놨다.
이어 "'당신이 날 떠난다면'을 통해 중요한 역사를 미국에 알리고 싶었고, 집필을 위해 개인적 증언부터 학술적 텍스트까지 깊이 연구한 만큼 한국의 독자들도 열린 마음으로 읽어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작년에 발표된 '돌집'은 김하나가 2016년 기사로 우연히 형제복지원 관련 기사를 접한 뒤 충격받아 여러 자료를 찾아보고 2018년 피해자 모임 대표 한종선씨와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집필을 시작했다.
경찰 등 공권력이 부랑인으로 지목한 사람들을 형제복지원에 수용해 강제 노역, 폭행, 가혹행위 등 인권 침해를 자행한 사건에서 영감을 받은 소설이다.
김하나는 "이 소설은 한국을 배경으로 하지만, 여러 국가와 문화권에서 취약계층을 억압하는 정부 시스템의 모습을 보여준다"며 "호주, 캐나다, 미국에서도 원주민을 억압하는 유사한 제도가 만들어졌던 사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돌집'은 형제복지원의 참상과 생존자들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긴 했으나 허구의 이야기"라며 "제가 그 시설의 피해자들을 대변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한국의 역사적 사건을 직·간접적으로 다루는 작품이 반향을 일으킨 배경에는 점차 다양한 계층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미국 독자들의 수요가 있었다.
김하나는 "오랫동안 미국 독자들은 주류, 즉 부유한 백인 이야기에 관심을 가졌으나 상황이 점차 달라지고 있다"며 "미국 독자층은 다양하고 국제적인 이야기를 접하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김하나의 소설이 한국의 역사적 사건을 기록하는 데 그치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오히려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인간적 가치를 작품에 담아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김하나는 "비록 한국에 대한 이야기지만, 제 소설은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며 "'돌의 집'은 형언할 수 없는 억압 속에 우리의 인간성과 희망을 지켜내는 이야기이고 '당신이 날 떠난다면'은 전쟁의 참상과 사랑의 힘, 고난 속에 가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두 편의 장편소설로 이름을 알린 김하나는 이제 세 번째 작품을 집필하고 있다. 그는 "200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한인과 한국계 미국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해외, 특히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삶에 집중해 집필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제 소설들이 한국 역사와 문화를 다양하게 변주하기를 바랍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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