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신간] 노벨상 물리학자가 지은 동화 '소녀와 마법의 칼'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소녀와 마법의 칼 = 조르조 파리시 글. 카밀라 핀토나토 그림. 김지우 옮김.
202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이탈리아의 저명한 이론물리학자 조르조 파리시(77)가 자녀와 손주에 들려주려 직접 지은 동화들을 엮은 그림책이다.
약 40년 전 자녀를 위해 지었던 동화와 최근 손주를 위해 지은 동화 가운데 총 5편을 선별해 싣고, 손주들과 주고받은 과학 문답도 각 동화의 앞에 배치했다.
표제작은 마녀가 사는 숲에 들어간 어린 오누이 이야기다. 마녀의 숲에서 아름다운 수선화를 꺾어 가져가려던 남동생이 마녀에게 들켜 잡혀가자 누나는 동생을 구하기 위해 깊은 숲속으로 향한다.
꽃을 욕심내다가 마녀에게 붙잡힌 남동생의 모습을 통해 타인의 것을 탐내선 안 된다는 교훈을 주고, 남동생을 구하려 모험을 떠나는 용감한 누나의 모습은 재미와 감동을 준다.
파리시는 어린 시절부터 독서를 유난히 즐겼고, 노벨상을 받은 후로도 인터뷰에서 어린이들의 교육에 책 읽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해왔다.
이탈리아 프레미오 안데르센상을 받은 그림작가 카밀라 핀토나토가 세련되고 익살스러운 그림을 더해 눈을 즐겁게 한다.
공존. 84쪽.

▲ 시작점 = 이량덕 지음.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었던 까만 점은 아늑한 집의 문고리가 되기도 하고, 식물을 피워내는 씨앗이 되었다가, 시곗바늘을 한 곳에 고정하는 부품으로 변한다.
작년 제5회 사계절그림책상 우수상을 받은 이량덕 작가의 그림책이다. 제목처럼 점에서 시작하는 무한한 이야기를 끝없이 펼쳐 상상력을 자극한다.
각각의 그림이 품고 있는 이야기들은 서로 연결되지 않고 독립적이지만, 모두 점 하나에서 비롯되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독자는 먼저 그림과 그에 얽힌 글을 읽은 뒤 그림 속 작은 점을 찾아내면서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된다.
사계절그림책상 심사위원들은 "하나의 점에서 퍼져 나가는 떨림이 결국 세계를 움직이게 하듯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처음의 감각과 결심이 모든 것의 근원이자 동력이 된다는 것을 섬세하게 일러준다"고 평가했다.
사계절. 52쪽.

▲ 못된 말 장례식 = 김성은 시. 박세은 그림.
"-미안해-실수였어-너도 그런 적 있지-이해해 줘-우린 친구잖아- // -미안해-실수였어-너도 그런 적 있지-이해해 줘- // -미안해-실수였어-너도 그런 적 있지- // -미안해-실수였어- // -미안해-"(동시 '말 꼬치 -어떤 말들은 빼먹을 필요가 있다' 전문)
못된 말로 상처를 주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아이는 물론 미성숙한 어른에게도 필요한 조언을 다정한 시어로 표현한 김성은 시인의 첫 동시집이다.
tvN 드라마 '이혼보험'에 소개됐던 '말의 장례식'을 비롯해 총 41편의 동시를 수록했다. 언어 습관에 관한 교훈을 주는 동시들 외에도 일상의 아름다움을 포착한 동시들도 실려 독자의 마음을 따듯하게 한다.
박세은 화가의 경쾌하고 발랄한 그림이 시에 생명력을 더했다.
문학동네. 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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