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80주년' 유엔, 자축 커녕 존속 걱정.(X)
② 그 전쟁에 직접 개입하기는 커녕 무기를 제공할 가능성도 작다.(X)
③ 환골탈태 커녕 이전투구를 한다.(X)
④ 개발은 커녕 각종 불편을 참아야 했다.(X)
[커녕]은 (보)조사입니다. 어떤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물론 그보다 덜하거나 못한 것까지 부정하는 뜻을 나타냅니다. '말할 것도 없거니와 도리어'라는 의미도 전하고요. 명사 등 체언 뒤에 붙여 씁니다. 예시한 네 문장에서 모두 띄어쓰기를 수정합니다. 자축커녕(자축은커녕), 개입하기는커녕, 환골탈태커녕(환골탈태는커녕), 개발은커녕 하고 말입니다.
띄어 쓰는 실수가 왜 되풀이될까요. 귀한 것 할 때 [것]처럼 커녕이 의존명사로 보여서이려나요. 다시 강조하건대 커녕은 조사입니다. 의존명사 아닙니다. [는커녕] [은커녕] [ㄴ커녕]에서 보듯 다른 조사 는, 은과 그것의 줄임인 ㄴ 다음에도 바로 붙여 씁니다. 는 커녕, 은 커녕, ㄴ 커녕(이하 표제어 는커녕) 하지 않습니다. 국어책은 명사나 명사 구실을 하는 표현에 붙어 앞 내용과 뒤 내용을 비교하며 앞의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음을 강조하여 나타내는 조사라고 이들을 설명합니다.
[는커녕]은 [는 고사하고]나 [는 말할 것도 없고]로 바꾸어 쓸 수 있습니다. 다만, [는 말할 것도 없고]는 부정적인 상황에서나 긍정적인 상황에서나 다 사용되지만 [는 고사하고]와 [는커녕]은 부정적인 상황에서만 사용됩니다. 한 문법서의 예문으로 확인합니다.
- 된장찌개는 고사하고 라면이라도 잘 끓이면 좋겠어요.(O)
- 된장찌개는커녕 라면이라도 잘 끓이면 좋겠어요.(O)
- 된장찌개는 말할 것도 없고 라면이라도 잘 끓이면 좋겠어요.(O)
- 반에서 일등은 고사하고 전교에서도 일등이다.(X)
- 반에서 일등은커녕 전교에서도 일등이다.(X)
- 반에서 일등은 말할 것도 없고 전교에서도 일등이다.(O)
우리말 띄어쓰기, 쉽지 않습니다. 글 쓰는 데 도움이 되기는 커녕(X) 방해가 될 때도 적지 않아요. 잠시 흥분했네요. 수정합니다. 글 쓰는 데 도움이 되기는커녕(O) 방해가 될 때도 적지 않습니다. 끝으로 덧붙입니다. 가능한 한 [커녕] 하기보다 [는커녕] 합니다. 그게 자연스러울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국립국어원,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문법2(용법 편)』, 2010, pp. 266-267. (보충·심화 부분 인용)
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3. 네이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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