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지났지만 여전히 같은 참사 반복…안전사회로 나아가야"
유족 30명 실태조사 결과…"유족 63%, 여전히 외상후 울분장애"
유족 30명 실태조사 결과…"유족 63%, 여전히 외상후 울분장애"

(서울=연합뉴스) 최윤선 기자 =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30주기를 맞아 희생된 이들과 유족을 기리는 추모식이 29일 엄수됐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매헌시민의숲 삼풍참사위령탑 앞에서 열린 추모식에는 삼풍백화점 참사 유족을 비롯해 4·16 세월호 참사,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 등 다양한 참사 유족들이 참석해 위로를 전했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기본소득당 용혜인 국회의원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위령탑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희생자 502명을 상징하는 분홍색 바람개비가 설치됐다. 희생자의 이름과 생년월일이 적힌 하트 모양 설치물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모두 유족회 측에서 전날 손수 준비했다고 한다.
유족회 관계자는 "당시 삼풍백화점 외관이 분홍색이었던 점을 고려해 참사를 상징하는 색으로 분홍색을 택했다"고 전했다.
유족들은 정성스레 준비한 꽃다발과 흰색 국화를 내려놓으며 결국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위령탑 앞은 유족들이 준비한 꽃다발로 금세 가득 찼다.

손영수 유족회 회장은 추도사에서 "참혹했던 날로부터 30년이 지났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그리움은 깊어만 간다"며 "오늘 발표된 실태조사 결과는 그간 그 고통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502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참사는 무분별한 구조 변경과 이를 묵인한 관리·감독 부실이 만들어 낸 인재지만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위령비조차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추도사에 앞서 참사와 얽힌 개인적 사연을 공유했다.
우 의장은 "당시 장모님을 비롯한 처가 식구들이 삼풍백화점에서 한복 사업을 하셨다"며 "모두 물건 배달로 현장에 없어 생명을 구했지만, 당시 그 사실을 모르고 처와 함께 식구들을 찾으려고 한나절 동안 뛰어다닌 일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회의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제 역할을 다하겠다"며 "생명안전기본법이 22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제정될 수 있도록 국회의 역량을 모으겠다"고 덧붙였다.
김종기 재난참사피해자연대 대표는 "삼풍참사로부터 3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같은 참사는 반복되고 있다"며 "참사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엄벌해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는 국가로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추모식에서는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30주기 유족 실태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10명 중 6명(63.3%)이 여전히 외상후울분장애(PTED)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책임자 처벌에 대해서는 유족 전원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응답했으며, 과반수는 현재 양재시민의숲에 위치한 추모 공간에 만족하지 않았다.
유족들은 ▲ 유가족 대상 심리 지원 ▲ 추모공간에 대한 정부·지자체 책임 강화 ▲ 난지도 노을공원 내 실종자 추모 표지석 설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ys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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